[데스크칼럼] 10년 후 제주는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
2018년 가을.
서울의 사업가 K씨(48)는 아내와 초등학생인 막내 아들과 함께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모처럼 가족 여행도 하고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에 유학 보낸 딸(18)을 만날 요량이다.
척추디스크를 앓고 있는 아내의 병 치료도 할 계획이다.
제주공항에 착륙하기 전 기내 창 너머로 한창 공사 중인 제주 신공항 건설현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때마침 공항은 '관광객 1천만명 돌파 환영 행사'로 북적거렸다.
K씨는 렌터카를 빌려 숙소인 서귀포시에 있는 메디칼 스파로 향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점심은 맛깔스런 제주 향토음식을 즐겼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딸을 저녁에 만나기로 한 K씨는 짬을 내서 중문관광단지 인근에 새로 생긴 관광객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겼다.
카지노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아내와 막내 아들은 카지노 인근 놀이동산에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는 온 가족이 서귀포미항의 선상 시푸드점에서 서귀포의 야경과 함께 청정 해산물을 맘껏 즐겼다.
이튿날 아내는 서귀포시에 소재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척추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치료 후 휴양도 할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에 제주행을 결심했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수술을 받은 그녀는 병원이 함께 운영하는 리조트에서 개인 간호사의 시중을 받으며 회복하고 있다.
K씨 부부는 "외국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형편도 되지만 국내에서 일류급 치료와 스파관광을 제시한 제주의 의료관광 서비스 상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K씨는 아내를 병원에 맡기고, 서울에서 내려 온 지인들과 골프와 승마를 즐겼다.
레저를 즐기고 저녁에는 제주시의 해변 야시장에서 소주 한 잔에 다양한 해산물과 돼지고기 요리를 안주삼아 회포를 풀었다.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전통시장에도 들러 이것저것 사기도 하고, 택배 주문도 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엔 가족들과 함께 쇼핑아울렛에 들러 명품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쇼핑을 즐겼다.
최근 제주도 전역이 면세지역으로 되면서 여행과 쇼핑 비용이 훨씬 저렴하게 들었다.
K씨는 "10년 전만 해도 제주 여행의 주목적은 골프였는데, 지금은 골프 뿐만 아니라 병고치고 휴양하는 의료관광, 카지노, 면세품 쇼핑, 위락시설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 살거리를 모두 갖추고 있다"며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며 이번 의료휴양 여행상품에 상당히 만족해 했다.
10년 후 변화된 제주 관광 패러다임을 가상해 보았다.
하지만, 현재의 제주 경제를 진단해 볼 때 답이 안나온다.
실물경제 위축으로 전반적으로 불황이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속속 제주를 떠나고,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제주의 청년들은 아예 그 곳에 정착을 한다.
고향에 돌아와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도서관마다 공무원 시험 준비에만 몰두하는 수험생들로 가득 차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월급이 가장 낮다.
노동부가 올 4월 기준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전국 1만184개 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금 및 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다.
서울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262만5000원이었고, 반면 제주는 190만9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 또한 상용근로자의 월급여액이다.
제주도의 산업구조는 1차, 3차 산업에 편중돼 있다.
개방화 시대에 1차 산업의 미래도 밝지 않다.
제주도가 4+1 핵심산업 육성과 수도권 기업 유치 등을 통해 제주형 2차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이 또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제주의 미래는 '관광'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관광과 의료서비스를 연계하는 의료관광과 교육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올해 제주도 관광객 유치 목표는 580만명.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관광 패러다임으론 관광객 증가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패러다임을 바꿔 시장 파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제주도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여기서 주저 앉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해외에서 카지노와 골프, 쇼핑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국부의 유출을 막아 이들의 씀씀이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선 정부와 제주도는 과감하게 관광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제주주민자치연대와 제주대안연구공동체가 '10년 후 제주는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 아카데미를 개설한다고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경제의 현실과 대안 모색을 위한 이번 정책 아카데미는 학술적인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현실을 진단해 보고 제주경제의 대안적 형태는 없는지 찾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과연 10년 후 제주는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
임 성 준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