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술, 술(術), 술(絉)
기분좋게 마신 ‘술’에서 끝나지 않고 ‘꾀’를 부려 음주운전 등을 하면 이는 결국 자신을 옭아매는 ‘끈’이 될 것이라는 풀이를 해본다.
술은 불타는 듯한 화끈한 물이라는 뜻의 수불이란 단어가 수울을 거치며 술이 되었다고 한다. 차가운 이성의 물과 뜨거운 감성의 불이 만난 것으로, 서로 공유할 수 없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포함하여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무척이나 술을 좋아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큰 정이 식정(食情)이라 했다. 모르는 사람과도 밥 한 끼 먹으면, 거기다 술 한 잔 기울이면 금새 10년 지기 친구가 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에 가장 큰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술을 서로 정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이 조화되는 경지까지만 마셔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한계를 넘어서 오로지 뜨거운 불만 가슴에 가지고 자칫 자신 및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까지 발생시킨다.
나 역시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좋아하지만 나의 한계를 넘어 타인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다. 지금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일이 면허 취소에 관한 일이라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경우를 하루 적게는 몇 건, 많게는 십수 여 건 보게 된다. 취소 처리를 하다가 보면 음주운전 경력이 많은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음주운전 경력이 2~3회가 되어가면 법원에서 선고하는 벌금도 수 백 만원에 이른다. 음주운전이 습관화된 사람들이 모두 부유한 사람들만은 아닐 터인데, 살림살이가 어려운 이런 경제상황에 순간적인 실수로 수백 혹은 수천의 돈을 허비하다니…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리운전비 2~3만원을 아끼려다 2~300만원의 큰 돈을 잃게 되는 사람들,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증가하는 음주교통사고의 원인을 우리 나라의 음주운전 처벌규정이 미약해서라는 의견들이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즉시 총살형을 시키고, 불가리아에서 재범자에 교수형 시키는 극단적인 처벌규정을 모델로 삼으려는 게 아니다. 선진국들도 살펴보면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음주운전을 무기를 소지한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호주는 신문에 적발된 사람을 공개한다. 일본의 경우도 음주운전을 과속, 무면허와 함께 교통3악(惡)으로 규정, 운전자가 운전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주류를 제공하거나 권한 사람까지 벌금형에 처한다.
술은 그냥 즐겁게 마시는 술에서 끝나야지 술(꾀)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한 번 잘못된 꾀에 빠지면 결국 자신을 묶는 술(끈)이 되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임을 명심하자.
박 기 연
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