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법질서 확립은 작은 배려로부터…

2008-10-29     제주타임스

얼마전 약천사를 다녀왔을 때의 일이다 작은 약수터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약수를 떠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동안 바라보고 있으니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물을 마시는 방법이었다. 먼저 앞 사람이 사용한 물 바구니를 헹군 다음 약수를 떠 마시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문득, 순서를 바꾸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먼저 물을 마신 다음 뒷사람을 위해서 물 바구니를 헹구어 주는 것이다. 단순한 동작의 순서 바꿈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그 의미하는 바는 크다. 앞 사람이 물 바구니를 헹구어 두었을 것이라는 믿음 속에 물을 마신 뒤, 뒷사람을 위해 물 바구니를 헹구어 주는 작은 배려.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샌가 이러한 ‘남을 위한 작은 배려’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사회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법과 질서’라는 서로를 위한 약속을 지키며 살아간다. 즉, ‘법질서 확립’이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경찰관 근무를 하다보면 사소한 다툼으로 인한 신고를 종종 접하게 된다. 길을 지나가다가 서로의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유로 시비가 되어 접수된 폭행 신고부터, 옆집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는 항의성 신고, 먼저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차를 도로 한가운데 세워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운전자, 1차 편도에 아무렇지도 않은듯 주차하여 교통 불편을 주는 운전자 등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비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눈덩이처럼 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건 처리를 하면서 ‘서로 한발만 먼저 양보했더라면…’걾?먼저 미안합니다 라는 말 한마디만 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새치기, 쓰레기 무단 투기, 소란행위 등등 우리 주위의 기초 질서 위반행위는 대부분 ‘양보와 배려’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기초질서 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행위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결국 ‘나 자신’이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범죄예방의 첫걸음인 것이다

약수터에서 뒷사람을 위해 물바구니를 헹구어 주는 작은 배려- 이러한 마음가짐이 우리 도민들 사이에 익숙해질 때 우리 사회의 법질서 확립은 한걸음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뒷사람을 위해 물바구니를 헹군 뒤 집으로 돌아왔다.

김  민  정
서부경찰서 연동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