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자연유산, 관심과 지혜를 모아주세요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제주는 지금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국내외 언론의 집중 취재로 대외 이미지가 크게 높아졌고, 한라산을 비롯한 성산일출봉과 만장굴 등 유산지구를 찾은 관광객은 20% 이상 불어났다. 외국인은 지난해에 비해 30%나 늘었고 만장굴은 무려 400%나 급증하였다. 만장굴은 1991년 132만 명이 방문하여 최고를 기록한 이래 지난해 38만 명으로 곤두박질 쳤다가 올해부터 다시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어 44만 명이 방문을 하였고 연말까진 50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등재 1주년을 맞아 새로이 선보인 거문오름 트레킹 대회도 큰 관심을 끌었다. 7,8월 짧은 기간동안에 여러 가지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1만 8천여 명이 찾아 올 여름 오름 탐방의 백미를 장식했다. 거문오름 트레킹의 성공은 오름 탐방의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 잡았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진가를 홍보하는데 큰 몫을 하였다.
트레킹 대회를 전후하여 국내외 유수의 신문방송들은 앞 다퉈 취재를 하기도 하였다. 특히 지역의 어려운 경제에 다소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평소 한적하던 중산간 지역 음식점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렸고 선녀와 나무꾼을 비롯하여 태왕사신기 촬영장, 경덕원, 만장굴, 도깨비 공원 등 인근의 관광지들도 관광객을 흡인하고 홍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9월 이후 시행되고 있는 거문오름 사전예약제는 우리의 탐방문화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워 나가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인한 효과들이 이처럼 점차 가시화되고 있음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작일 뿐이고 왕초보 수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등재 이후 도에서는 관리본부를 발족(3.5)하고 자연유산지구를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한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이 용역은 이제 종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몇 차례의 도민공청회와 중간보고회, 그리고 현지답사와 주민설명회도 거쳤다.
오는 11월 6일 한차례 더 중간보고회를 한 갖고, 11월 8일 국제워크숍을 개최한 후 12월 최종 보고회를 끝으로 계획을 확정짓게 된다.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이 계획이 보다 충실하게 짜여질 수 있도록 도내외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도록 훌륭하게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흔히들 정책은 초기단계에서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의견을 들어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많이 한다. 2020년도를 목표년도로 하는 이번 종합계획 수립에 지금이라도 내외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혜를 당부 드린다.
오 승 익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