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라

2008-10-26     제주타임스

제주도선수단이 제89회 전국체전에서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며 제주 체육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금메달 23개를 비롯해 당초 예상보다 10개 많은 76개의 메달을 획득, 비롯 1%의 도세를 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이어갔다.

종합점수면에서 우리의 2배 가량 인구가 많은 울산과 두배 정도의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조금만 재정적인 문제와 선수수급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울산의 벽을 넘어 탈꼴치의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줬다.

앞서 말한 재정적인 문제와 선수수급의 문제는 비단 우리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엘리트체육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재정적인 문제는 도와 도의회의 의지가 관건이다.

또한 선수수급의 문제는 도교육청이 의지를 갖고 해결해 줘야할 문제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 엘리트 선수들의 출전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여러 가지 규제들을 과감히 풀어야 한다.

재정적 문제는 고질적이다.

내년도 제주도 지방재정을 결정할 예산심의가 도차원에서 한창 진행중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한 여파가 대한민국에게 까지 미치면서 예산10% 삭감이란 특명이 중앙정부에게서 지방정부로 하달됐다.

이에 제주도는 10% 예산삭감이란 특명을 완수하기 위해 일관적인 방법으로 예산 10%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제주도체육회도 예외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도체육회 예산으로는 더 이상의 성적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제주도체육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학생 엘리트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들에 대한 투자는 보편적인 투자가 아닌 이번 체전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 위주로 특공대를 조직하는데 필요한 투자가 돼야 할 것이다.

투자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너무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 체육은 전시행정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더 재정적 지원을 늘리는데 인색한 것인지도 모른다. 5년, 1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스포츠를 산업화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그 지역의 선수들의 실력이다.

실력이 없는데 유명 선수들이 그 곳을 찾겠는가? 아니다. 단지 인프라가 좋다고 그 곳을 찾겠는가? 그것도아니다.

상대할 선수와 팀이 있어야 그들도 그 지역을 찾아 연습경기라도 할 것이 아닌가.

이는 곧 스포츠 산업, 관광산업의 징검다리 역할을 스포츠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포츠에 대한 긍정적 사고의 전환과 함께 장기적인 안목을 같고 투자해야 한다.

재정적인 문제만 해결된다고 제주체육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하부조직으로부터 상부조직까지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즉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년체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선수가 제주에 팀이 없어 육지부로 이탈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교육청이 몫이다. 이번 체전 고등부 메달은 주로 남녕고에 편중돼 있다.

이는 남녕고 운동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녕고의 의존도는 한계가 있다.

체육 중고교의 설립문제를 공론화시켜 이를 심도있게 검토해야만 한다.

이도 아니면 기존의 학교에 운동부를 신설하고 초급-중급-고급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마련이 필요하다.

운동에 전념하고픈 학생 엘리트 선수들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는 무리한 대회출전으로 인한 학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너무 빡빡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유연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사실 학생 엘리트 선수들은 운동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박지성, 박찬호, 이승엽 같은 선수들이 되는 것이 그들의 인생의 꿈이다.

이런 이들의 꿈을 펼칠 수 있게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분명히 이는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제주만이 유독 체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적어서 하는 말이다.

사람도 적고 돈도 적다. 하지만 이는 효율적인 예산집행 속에 정예화된 선수들을 길러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 하나 제주 엘리트 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 보강문제다. 적은 돈으로 연립주택만 짓지 말고 예산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거대한 아파트를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도 필요하다.

고  안  석
체육/편집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