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증가ㆍ소비 위축 월동채소 판로확보 비상
양배추ㆍ쪽파ㆍ당근ㆍ브로콜리 등 가격 폭락 전망…뾰족한 대책 없어 농가의 자율적 물량 조절 우선돼야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월동채소류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면서 제주산 월동채소의 판로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생산량 증가에다가 최근 경기침체 등에 따른 소비부진까지 겹치면서 채소 재배농가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23일 제주농협지역본부(본부장 신백훈)가 도내 월동채소류 재배현황과 산지동향을 조사한 결과, 월동무와 감자, 양배추 등 대부분의 월동채소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해 양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의 시세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 월동무 재배면적은 지난해 보다 10% 감소한 3381ha로 20만2000t이 생산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을감자는 지난해에 비해 10% 감소한 2439ha로 줄었지만 태풍 나리 피해 후 실제 출하면적과 비교시 22% 증가했다. 특히 작황 호조로 생산예상량은 지난해보다 78% 증가한 5만8000t에 이를 전망이다.
양배추 역시 올해 태풍피해가 없어 지난해 대비 출하면적이 24%(320ha) 증가한 1648ha로 조사됐으며 생산예상량은 9만9000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국적인 물량은 지난해보다 3배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국내에서 소화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감이 높다.
이 외에 쪽파 생산량은 30% 증가한 1만3000t, 당근은 58% 증가한 6만8000t, 브로콜리는 14% 증가한 1만6000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제주지역 채소물량 증가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으로 채소류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실제 제주농협이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전남과 전북, 충남과 충북지역 월동채소 재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지역 모두 작황호조를 보이며 가격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과잉생산으로 인해 포전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소비부진, 시세하락으로 출하시기까지 자연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출하시기 지연은 제주산 출하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커 제주산 월동채소의 처리난은 더욱 가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농협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가락시장 내 6개 도매법인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가락공판장 회의실에서 ‘2008년 제주산 월동채소 출하협의회’를 갖고 판로난 해소방안 등을 협의했지만, 농가의 자율적인 비상품 폐기 및 소비촉진 홍보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매법인 관계자들은 “비상품이 출하될 경우 상품과 맞물려 가격이 폭락할 수밖에 없는 만큼 비상품에 대한 농가 자율시장격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소비촉진을 위한 다양한 홍보방안 마련과 소비자 기호에 맞는 포장방법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률 제주농협 경제부본부장은 “올해 제주산 월동채소 가격은 전국적인 풍작으로 인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선책은 아니지만 농가의 자율적인 물량 조절이 우선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