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환경비리’…도정은 뭘했나

2008-10-19     정흥남


‘군자가 사람을 사귈 때는 덕으로 하고 소인배가 사람을 좋아할 때는 고식(姑息)으로 한다’

이는 중국 진(秦)․한(漢)나라 때 유교에서 존중했던 경서의 하나인 예기(禮記)의 단궁편에 나오는 구절의 일부다.

이 말에서 유래된 소인이 사람을 좋아하는 고식.

이 고식은 일시적인 방편으로 하는 것이지 진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늘에 이르러서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미봉책’을 지칭한다.

이 말은 후대에 이르러 고식지계(姑息之計)라는 단어로 굳어졌다.

검찰의 최근 연이은 환경비리 사건 수사로 제주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환경영향 평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교수가 골프장 개발사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또 한편에서는 환경보호와 함께 제주 화산동굴 연구의 전문가로 활동해 온 인사도 수뢰혐의로 역시 구속됐다.

검찰 수사내용이 발표될수록 이들 ‘환경비리’사건이 보여주고 있는 적나라한 실태는 도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환경비리에 대한 추악한 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정작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시행하는 제주도는 말이 없다.

최근 전개되는 환경비리의 ‘영향권’에 끼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인지도 모른다.

‘개발 노이로제’ 확산

환경영향평가는 말 그대로 대규모 개발 사업이 벌어질 경우 개발로 인한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제주도는 제주고유의 환경을 더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더 강화되고 타지방 보다 많은 분야의 개발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될 때 개발사업자는 개발 사업이 해당 지역의 수질, 지형지질, 동․식물상 등을 비롯해 모두 20개 항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이 포함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뒤 제주도에 제출해야 한다.

제주도는 이처럼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15명 내외의 각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통해 심의한 뒤 도의회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와 심의위원들을 직접 관할하고 있는 제주도는 최근 검찰수사에서 나타난 환경영향평가위원과 사업자와의 ‘검은관계’를 차단하지 못했다.

물론 제주도는 나름대로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등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환경비리’는 제주도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환경영향평가가 대규모 개발 사업을 ‘보증’해주는 ‘안전판’으로 전락했다는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뒤로 밀리는 환경정책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말 그대로 하루도 빠짐없이 대규모 개발자본 유치를 지상의 명제처럼 부르짖고 있다.

그 결과 제주 전역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싫든 좋든 제주의 옛 모습은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섬이라는 제주지역 특성상 대규모 자본유입에 따른 개발 사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입이 닳도록 외치고 있다.

일면 일리가 있어 보이는 제주도의 이 같은 주장은 그러나 상당수 도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최근의 사태가 바로 ‘영리병원 도입 무산’인 것이다.

제주도는 공무원은 물론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도민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도민들은 이를 반대한 것이다.

제주도는 이번 ‘환경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환경영향평가제도 운용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접하는 현재까지의 제주도의 행보를 볼 때 환경영향평가제도 운영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래서 제주도청 주변에선 벌써부터 ‘고식지계’의 사자성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제주도가 ‘환경보전’을 제창하면서도 정작 뒤로는 개발사업자들을 봐주는 이중행태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도민들의 판단이 자못 궁금하다.

천혜의 제주자연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제주도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정  흥  남
부국장/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