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출혈 경쟁 '휘청'

적자누적ㆍ탑승률 저조…8개사 난립 제주노선 나눠먹기 '포화'
가격경쟁 탈피, 지역기반 관광ㆍ비즈니스 시장 넓혀야

2008-10-15     임성준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출혈 경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내년 상반기 안에 저가항공사만 8개로 늘어 10개 항공사가 경쟁에 돌입하면서 시장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신규 진출업체가 늘어난 저가항공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돌파구는 없는 지 2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지난 2003년 저가항공사 논의 후 2005년 한성항공 출범까지 국내 항공시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무대였다.

양대 항공사는 1988년 이후 지난 20년간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왔지만, 국내선 항공요금에서는 거의 차별화되지 않은 전형적인 독과점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항공료 담합 의혹 속에 인상을 밥먹듯 하며 항공외에 별다른 연륙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제주도민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양대 항공사가 주도해온 국내 항공시장은 2005년 3월 제3의 민항시대를 열었다. 이후 후발 항공사들이 속속 시장에 진출, 새로운 경쟁상황을 맞고 있다.

국내 저가 항공은 지난 2005년 한성항공이 청주~제주 노선을 취항해 첫 발을 뗐으며, 2006년 제주항공이 김포~제주.부산 노선을 띄우면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기존 항공료의 70% 수준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며 이륙했던 한성항공은 이후 경영권 내분과 연이은 사고로 승객이 급감하고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지난 2006년 5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최근까지 270여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항사용료 조차 연체하고 있다.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낫다는 제주항공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2006년 6월 5일 첫 운항을 시작한 제주항공은 제주도가 지분의 25%, 나머지 75%는 애경그룹이 출자해 설립됐다.

하지만 제주항공도 200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 7월 영남에어와 진에어(대한항공 100% 출자)가 저가항공 시장에 뛰어들었고, 3개 항공사(에어부산, 코스타항공, 이스타항공)가 올해 취항을 준비 중이다.

인천타이거 항공도 내년 상반기 중 취항을 위해 준비 중이다.

하지만 올해 운항을 시작한 후발 저가 항공사들의 탑승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운항을 시작한지 2~3년이 지난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의 평균 탑승률이 각각 81.4%, 75.6%인데 반해, 올 7월 운항을 시작한 진에어와 영남에어는 45.4%와 41.8%에 그쳤다.

문제는 제주노선의 공급 과잉이다.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수익전망 앞에 신생 항공사들이 너나없이 제주노선만 탐내면서 알짜노선이던 김포∼제주 노선마저 평균 탑승률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가 김포∼제주에 뛰어든 지난 7월 이후 해당노선의 운항편수는 15% 안팎으로 늘어난 반면 탑승률은 꾸준히 줄어 지난달에는 전년 대비 10.2%포인트나 줄어든 65.8%에 그쳤다.

이런 와중에 다음달 출범을 준비 중인 이스타항공도 김포∼제주를 첫 취항노선으로 결정했고, 코스타항공도 울산∼제주 운항 채비에 한창이어서 출혈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국면이 지속될 경우 저가항공사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오로지 가격경쟁에만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 저가항공사들의 몰락에서 보듯 현재와 같은 가격경쟁은 자본력이 부족한 항공사의 몰락으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저가항공산업이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한 관광과 비즈니스 고객층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