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영어만 외국어 아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따라 외국어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도민들의 영어 등 외국어 구사능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주교육의 중추기관인 제주도교육청만 해도 전국 최초로 전체 초ㆍ중ㆍ고에 영어체험교실 설치, 원어민보조교사 확대, 거점 외국어학습센터 구축 등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발맞춰 외국어교육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어교육이 영어 과목에 너무 치우쳐 편중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외국어=영어’라는 등식이 떠오를 만큼 영어교육에 절대적인 무게를 두고 있다.
원어민교사의 배치 현황이 좋은 예다. 현재 도교육청이 확보하고 있는 원어민교사 150명 중 영어권은 149명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영어가 세계의 공용어인 점, 특히 대학입시를 비롯해 공무원 시험, 회사 입사시험에 이르기까지 영어시험 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앞으로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 제주영어교육도시까지 들어서면 학교 당국의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영어 일변도의 외국어교육은 제주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영어가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해 관련분야에서 일하거나 전문적인 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영어공부는 취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영어회화실력이 출중한 일반 도민이 제주의 거리 등에서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할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외국어교육은 보다 실용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들의 미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타국어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데 몇 개의 외국어를 바르게 구사하는 일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연관성이 높은 나라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그 효용성은 더욱 클 것이다.
학부모들이 이를 먼저 인식하고 있다.
요즘 자녀들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중국어를 가르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중국어는 세계에서 사용인구가 가장 많고 유엔에서도 공용어로 쓰이는 글로벌 언어다.
최근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제주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그 숫자가 영어권에 비할 수 없이 많다.
일본은 또 어떤가. 일본인들은 여전히 제주관광에 가장 큰 외국인 고객이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의 이들 나라의 언어교육에 대한 관심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한 중국인 원어민교사는 최근 제주교육소식(10월)에 기고한 글을 통해 “도내에는 원어민 교사용 교재가 거의 전무하다”며 “다른 교과목처럼 중국어도 정식 교과서나 책 형태로 제작된 교재가 있다면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제주와 인접한 초강국의 언어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니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는 것은 쉽게 말해 지역을 찾아오는 외국인이 편히 지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광객 비중이 큰 나라의 언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필연적이고 교육당국도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이제 제주의 외국어교육은 다변화돼야 한다.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관심에 따른 다양한 외국어 교육을 통해 국제자유도시를 선도하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수요에 맞춘 외국어교육뿐만 아니라 수요를 창출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국어ㆍ일본어 등의 원어민교사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
이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언어권 간 급여 차등을 개선하려는 교육청 차원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
한 경 훈
교육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