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10월2일은 ‘노인의 날’이다.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노인문제에 대하여 범국민적 관심을 고취시키고 전통문화를 발전시켜온 노인에 대한 공경과 감사한 마음을 새기기 위하여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1997년에 제정이 되어 매년 시행해오고 있었지만 오늘이 노인의 날이라고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날과 비교하면 참으로 쓸쓸하기 짝이없다.
오늘의 노인. 그들은 누구인가. 청·장년시기에 민족격동기를 겪었고,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사회와 국가발전을 이룩하여온 60·70대 노인들.
그러나 현재 노년기를 맞이한 이분들 대부분은 신체적인 노쇠현상과 함께 산업화 사회에서 요구하는 노동력도 상실하였으며, 전통적인 가족형태가 변화되면서 가부장의 권위마져 잃은 상태에서 지금 가정과 직장, 사회로부터 떠밀리고 있다.
이처럼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모습을 우리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얘기할 상대없이 외롭게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노인단독가구의 증가와 정부의 생활보조금 없이는 생계를 잇기 어려운 불우 무의탁 노인들과 사회복지시설에 모셔진 노인들의 생활모습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길 가시로 막고 오는백발(白髮) 막대로 치려터니
백발이 제 몬져 알고 즈럼길로 오더라.“
이것은 늙음을 한탄하는 고려시대 우탁(1263 ~ 1342)의 탄로가(歎盧歌)로서 백발'과 '늙음'을 의인화하여 사람이 태어나서 늙어간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도 세월이 흘러 어쩔 수 없이 늙어가는 자연의 섭리를 막대와 가시로 막아보려는 안타까운 마음을 소박한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우리 인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장수는 인류의 오랜 소망이었다.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생활수준의 향상, 의학기술의 발달, 개인의 건강의식의 증가등으로 마침내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이 76.5세이며 여자의 경우 이미 80세를 넘어서는 장수국가가 되었다.
‘오래산다는 것’은 인류의 큰 업적이며, 오랜 소망을 이룸으로써 분명 기뻐해야할 일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또하나의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준비되지 못한 노후를 맞는 노인이 대부분인 우리 사회는 이제 장수(長壽)의 의미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는, 어떻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하루해가 저물었으되 오히려 노을이 아름답고, 한 해가 장차 저물려 해도 귤 향기가 더욱 향기롭다‘ 는 인생 노년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채근담의 말이다.
우리 사회 노인분들에게 ‘건강한 노후’, ‘아름다운 노후’, ‘풍요로운 노후’, ‘공경받는 노후’를 보장해주기 위하여 사회적으로도 적극적인 홍보캠페인을 전개하여, 노인복지를 사회적 이슈화하여 일반국민에게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오늘날 우리가 풍요로운 사회를 살고있는 저변에는 노인이라고 불리우는 세대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는 사실을 잊지말고 이제는 그 세대들에게 아름답고 기품있게 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분위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제주관광대학교수 이 광 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