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방부, 제주도민에 사과하라"

'4ㆍ3'성격 왜곡 요구는 심각한 역사부정 행위

2008-09-19     제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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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 이미 악랄한 이데올로기 유물이 된 매카시즘을 불러내 새로운 이념 갈등을 조장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최근 근ㆍ현대사와 관련한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 중 25개 항을 수정해 주도록 교육과학 기술부에 요구 했다.

이중 ‘제주 4.3항쟁’을 ‘남로당이 지시한 격렬했던 대규모 좌익반란사건’으로 성격을 규정했다. 경악을 금치 못할 극우적 역사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요구가 제주도민의 격렬한 반발과 전국적 비판이 이어지자 국방부는 “4.3 항쟁을 ‘좌익세력의 무장폭동’으로 수정 요구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좌익 반란’이든, ‘좌익세력의 무장 폭동’이든 이는 ‘제주 4.3항쟁’의 성격을 바꾸려는 심각한 역사부정이며 우리 근ㆍ현대사를 왜곡해 이념적으로 재단하겠다는 반역사적 반동에 다름 아니다.

국방부의 이 같은 인식은 제주도민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역사적 망발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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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은 무엇인가. 무도한 공권력이 수많은 제주도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제주를 초토화 시켰던 현대사의 가장 잔인하고 비극적 사건이 아니던가.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던 촌부촌로, 무지렁이 순박한 수많은 남녀노소 도민에게 이념의 탈을 씌워 죽이고 인권을 유린했던 반인륜적 폭거가 아니었던가.

그렇게 누명을 쓰고 수만이 죽었고 그것의 한이 60년이 지난 현재 까지도 도민의 가슴을 시커멓게 멍들게 하고 쓰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주검이 수습되지 않는 수많은 원혼들이 하늘을 헤매고 있는 비극의 역사가 바로 ‘4.3’의 한이다.

그래서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어 ‘4.3진상 규명’에 나서고 있으며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까지 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도민 적 갈등과 반목을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짜 올리며 ‘4.3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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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국방부가 이 같이 아물어 가는 도민의 쓰라린 가슴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뼈를 갉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방부는 얼마 전 대중성 높은 인문교양서나 청소년 권장 도서 등 23종을 불온서적으로 선정, 군대 반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금서작전(禁書作戰)을 폈다가 호되게 국민적 비웃음을 산적이 있었다.

그런데 또 다시 파시즘적 역사왜곡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다만 비뚤어진 일부 극우 보수 진영이 이념과 색깔론을 부각시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에 국방부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 할 뿐이다.

국방부는 국가안위를 위한 국토방위에 전념하면 된다. 사상논쟁이나 이데올로기에 편승해서는 곤란하고 그것은 바로 국가안위에 치명상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국방부는 근현대사를 왜곡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해서는 아니 된다.

역사 해석은 역사의 몫이다.

국방부는 ‘4.3 성격 왜곡’ 요구를 당장 거두어들이고 이에 대해 제주도민과 국민에게 엎드려 잘못을 빌어야 할 것이다. 물론 관련자 처벌은 국방부 사과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이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