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의 미학

2004-09-30     강병철 논설위원

우리가 부르는 오름이란 제주에서만 쓰는 말로 기생화산구를 일컫는다. 제주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조그마한 산인 오름은 화산폭발 시 용암분출물이 퇴적하여 생성된 것으로 한라산 기슭 여기저기에 분포되어 있다. 대체로 오름의 정상에는 크고 작은 분화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제주도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근래에 북제주군문화원 회원인 사진작가 안수영씨(54)의 오름 사진 작품 전시회에서 오름사진 작품들을 감상하고 나서 새삼 제주 오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된다. 카메라로 찰나의 아름다움을 잘 잡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치열한 작가의 정신이 돋보이는 수작들이다.

저마다 미적인 감각이 다르고 미에 대한 주관이 다양하겠지만 아름다움이란 어쩌면 현실에서는 없는지도 모른다. 직접 등산을 해서 바라다보는 것보다 영상이 더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감상하는 관객은 어쩌면 그곳을 꼭 찾아가 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멀리서 바라다보는 오름의 주위로 유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도 오름은 아름답고 억새가 꽃을 만발하게 피워도 보기 좋다. 구름이 다가오거나 멀어져가도 오름은 수려하다. 흰눈이 포근히 오름을 감싸고 있어도 잘 어울린다. 보리가 이삭을 패고있는 뒤로 보이는 지미오름이나 한가로이 물을 마시며 물속에 제 그림자를 드리운 몇 마리의 소 뒤로 녹음에 뒤덮인 알오름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변함없이 우뚝 서 있는 오름은 주위 식물생태의 변화에도 모나지 않게 어떤 형태로든 잘 어울린다. 이러한 아름다운 오름 들이 훼손된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경제적 이익이 도덕적 정당성을 이끌어 내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우리 조상들이 즐겼고 우리가 누리고 마땅히 후세 사람들에게도 향유할 기회를 주어야한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 살지 않으면 재앙이 온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개발이 불가피한 경우 심사숙고해서 오름을 최대한 온전히 보존해야한다.

 국내에서는 최대규모의 크루즈선을 운항하고있는 (주)청해진해운에서 한라산 등반을 여행상품으로 만들어냈다. 높은 항공비용은 제주여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는데 비교적 저렴한 해상 운송 수단을 이용한 관광상품이 제주관광을 발전시키는데 큰 기여를 할 것처럼 보인다. 국내외의 관광객들이 제주오름의 아름다움을 안다면 한번 오르고 싶어할 것이 분명하다.   

제주의 오름을 널리 알리는 데는 문화예술인들의 역할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영상을 사진으로 보고 그림으로 감상하고 시로 읽는 다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오름의 아름다움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된 장소가 명소가 되었듯이 훌륭한 예술작품의 배경이 된 곳도 찾아 볼만한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강  병  철(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