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등 해소'는 만나서 대화해야
"추석연휴 이후 현안풀이, 도정이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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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났다. 일요일을 포함한 짧은 사흘이었지만 추석 연휴는 많은 이들에게 그런대로 풍성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던 사람들은 오랜만에 고향에서 친지와 친구들과 살가운 해후를 할 수 있었고 풍성한 추석음식을 나누면서 잊었던 정을 되새기며 고향 정취에 한껏 취할 수 있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자주만나지 못했던 친척들, 마음만 있었을 뿐 제대로 찾아뵙지 못했던 동네 어른들, 그래도 명절이기에 틈을 내고 인사를 할 수가 있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살림살이가 고단해도 추석 연휴는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그대로 음식을 나누고 정을 짜 올릴 수 있었기에 더욱 밝고 포근했다.
물론 여러 사정으로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없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비록 그런 안타까움과 서운함이 있었다고 해도 이번 추석은 넉넉했고 흥겨웠다.
그래서 짧은 기간의 연휴지만 보내고 떠나는 이들의 아쉬움은 더욱 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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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추석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연휴기간 동안의 풍성한 나눔과 즐거움의 기운을 안은 일상의 시작은 그래서 식곤증 같은 노곤함이 묻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 시작되는 일상을 접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이 무겁든 가볍든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생활인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만이 아니다. 사회 일반도 마찬가지다. 나라일도 그렇고 우리가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제주도의 살림살이도 그렇다.
그런데 추석연휴를 보낸 도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추석 연휴직전 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 미항으로 건설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제주해군 기지의 문제 풀이가 아니라 새로운 불씨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해군 기지 자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벌써부터 도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정부 발표자체를 평가절하 하고 있다.
민군복합형 크루즈 항은 군사기지도 아니고 관광미항도 아닌 어정쩡한 도민속이기 눈가림 계획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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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짧게는 지난 4년간 제주사회를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냈던 현안이었다.
이미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로 알려지고 있는 강정마을은 주민 간 대립과 갈등으로 공동체적 삶의 토대가 무너져 버렸다.
그런데도 최소한의 주민의견 수렴이나 제대로 된 대화과정도 없이 발표한 정부의 민군복합형 크루즈 항 개발 계획은 이 마을 뿐 아니라 도민 찬반양론에도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추석연휴를 보낸 제주도정의 제1과제는 이 문제를 슬기롭게 푸는 것이다. 돌팔매를 맞더라도 도정이 나서서 주민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해군기지 문제로 도민사회를 찢겨놓을 것인가. 우선 관련 당사자들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반대로 대화를 거부 할 것이 아니라 만나서 대화로 문제를 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