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가 원정 절도의 표적 되다니

자체 문 단속ㆍ경찰 방범활동 더 강화해야

2008-09-07     제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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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에 적발된 원정 절도단의 절도 행각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다.

어쩌다 삼무(三無)의 고장 제주가 절도범이 날뛰는 곳이 됐는지 모르겠다.

하긴, 훔쳐갈래야 변변한 훔칠 물건이 없던 옛날의 제주와 집안 사정이 넉넉해진 오늘의 시점에서 도둑 없는 제주를 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살림살이가 많이 좋아지면서 왠만한 가정치고 수십 만원 의 현금과 금반지 1~2개 정도 보관해 두지 않은 집이 없다.

절도범이 늘어나는 것과 잘 사는 곳이다싶은 주택일 수록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 역시 이 때문일 것이다.

결국, 넉넉한 집이든, 못 사는 집이든 언제든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실상 전 시민이 절도범들에게 노출돼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자고 나면 이곳 저곳에서 절도사건 소식을 접한다. 더구나 그 수법이 날로 지능화하고 있는데 대해 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물론 절도 예방은 자가 방범이 우선이다. 평소 문 단속을 철저히 해 절도범들에게 허점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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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계획적이고 치밀한 전문 절도 행각을 막아 내기란 역부족이다. 아무리 문 단속을 잘 한다고 해도 절도범이 넘나들지 못 할 곳은 거의 없다.

얼마 전 검거된 원정 절도단의 사례는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이들은 제주시내와 서귀포시내 고급 주택과 아파트.빌라를 골라 무려 19차례에 걸쳐 6억원 상당의 귀금속을 털어 냈다.

무전기, 절단기, 다이아몬드 감별기, 사다리 등 갖가지 절도 장비를 구비해 주택에 침입, 마음 놓고 귀금속을 털었다. 아마도 제주 유사 이래 첫 대규모 절도 사건일  것이다.

이 정도에서 경찰이 범인들을 검거했기에 망정이지, 범행이 언제, 어디까지 계속되고, 얼마나 많은 가정이 피해를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경찰과 검찰뿐 아니라, 제주지법의 형사사건 담당 판사들도 최근의 절도 형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삼무의 고장 제주’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배가 고파 충동적으로 벌이는 절도는 그나마 동정의 여지라도 있다. 실제로 판사들도 재판 과정에서 ‘생계형’ 범죄라는 말까지 쓰며 선별적 선처 판결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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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즘들어선 실형을 선고받는 절도범들이 늘고 있다. 단순 또는 순간적 충동에 의한 생계형 절도에서 한탕을 노린 기획성 절도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붙잡힌 원정 절도단이 10억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치는 것을 목표로 대담한 절도 행각을 벌인 사례에서도 이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시민들 스스로의 절도 예방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수법의 계획적인 절도에 무사할 가정이 얼마나 되겠는가.

역시 가장 효율적인 예방은 경찰의 치밀한 방범대책 뿐이다. 경찰의 방범망만 빈틈이 없으면 절도범들이 마음 놓고 활개 칠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특히 명절을 앞둔 시기일 수록 절도범이 날뛰기 쉽다. 은행과 금은방 등 현금을 많이 취급하는 곳과 슈퍼 등이 범죄의 표적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일반 주택가가 더 위험지역이 될 수도 있다. 경찰은 방범망이 금융기관과 슈퍼 등에 쏠린 틈을 역이용한 절도범들이 주택가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금융기관과 슈퍼, 주택가를 망라한 입체적인 방범대책으로 단 한 건의 절도사건도 발생하지 않는 추석절 전후가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