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우리의 음주문화 이제는 바뀌어야 할때
입추가 지난 뒤에도 연일 계속되던 폭염이 이제는 슬슬 그 힘을 잃어 가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가 지나고 나니, 여름이 벌써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문득 지난 여름 밤 동안 주취자들을 처리하며 고생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매년 여름만 되면 경찰업무는 급격히 늘어난다.
하지만 범죄발생의 증가보다는 주취자들의 증가가 그 주된 이유이다.
여름의 제주는 열대야 현상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가족단위로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해안도로나 인근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였다.
그런데 밤 12시가 가까워 오면 술집 밀집 지역과 공원주변에는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리고 이런 주취자들로 인한 술값시비와 폭행, 주취자를 상대로 한 절도사건 등이 급증하고, 도로에 쓰러진 주취자로 인해 112전화는 쉴새 없이 울린다.
일선 지구대 및 파출소는 주취자들로 인해 늘 분주하고 소란스럽기만 하였다.
올 여름에도 제주시내 유흥가 일대에서 근무하는 지구대 직원들의 몸은 주취자들로 인해 야간근무를 마치고 나면 녹초가 되었다.
범죄와의 전쟁이 아닌 술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경기 침체로 인해 늘어만 가는 서민층의 근심이 술로 인해 더 깊어지기도 한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소주 한잔이 음주단속이나 범죄로 이어져 수백만원의 피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있다.
다음날 자신의 잘못을 얘기하며 선처를 호소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난 뒤였다.
하루 빨리 잘못된 음주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범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주취자를 보호할 만한 장소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수많은 주취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순찰차에 태워 가족에게 인계하거나 지구대 소파에서 쉬도록 해 주는 것이 전부다.
매년 지구대에서 발생하는 주취자들의 소란과 기물파손으로 입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경찰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공권력이 수난을 당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가적인 정책이나 대안은 미비하기만 하다.
어떻게 보면 주취자에 관한 모든 책임을 일선경찰이 알아서 하라며 방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잘못된 음주문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번 여름과 같이 술로 인해 불행한 일을 당하는 주민들이 없기를 바라며, 하루빨리 주취자 보호에 대한 안전한 장소와 절차는 물론 잘못된 음주문화가 개선되어 내년 여름에는 술과의 전쟁이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 한 수
연동지구대 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