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과 용서

2004-09-24     김덕남 대기자

항가리 태생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t.1811-1886)는 19세기 낭만파 음악의 거장이다. 특히 그의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피아노 연주는 당시 전 구라파 음악계를 압도했다.
낭만파 음악이 당시를 풍미하던 시절 리스트가 어느 시골마을을 여행했을 때 일이었다.
그가 마을에 들어섰을 때 그 마을 극장에서 리스트의 제자라고 하는 여류 피아니스트가 연주회를 갖는다고 떠들썩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스트로서는 그 여류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리스트는 이상하게 여기면서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때 한 젊은 여인이 리스트를 찾아왔다. 그래서 리스트를 보자마자 무릎을 끓고 머리숙여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이름을 빌지 않으면 저 같은 여자가 연주회를 갖는다고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생각다 못해 제 맘대로 감히 선생님의 이름을 팔았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리스트는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그녀를 호텔의 음악실로 데려갔다.
그녀로 하여금 피아노를 연주케 한 후 연주법에 대해 설명하고 잘못을 바로 잡아 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그대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소. 이로써 그대는 나의 문하생이 되었고 또한 리스트의 제자로서 오늘 밤 연주회를 가질 수 있으니 안심하시오”.

▶예나 지금이나 유명인사의 이름을 팔아 자신을 내세우려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리스트와 피아노 치는 여인’처럼 진실로 잘못을 뉘우쳐 진심으로 사죄하고 그런 참회를 받아들여 용서해주는 ‘아름다운 고백과 아름다운 용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가 제 야욕만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이름을 팔아먹는 철면피들의 악다구니만 시끄러울 뿐이다.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국회의원 선거 때 “광복군 김학규 장군의 손녀이자 독립운동가의 딸”이라며 선전했던 것과는 달리 “김장군의 손녀가 아니고 아버지는 만주국 경찰이었다”는 의문이 제기돼 도덕성 시비 등 사회적 논란을 부르는 것도 여기서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다.

이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고백과 참회, 아름다운 용서와 화해를 위해 누군가가 고개를 숙여 진실을 밝힐 수는 없는 일인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