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 유출 혐의 3명 실형

지법, EMLSI 대표 등 10명엔 집행유예 선고
재판부, "피고인들 혐의 인정하나 범행 증대"

2008-08-21     김광호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해외에 유출시킨 등의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 구속(6명)됐던 EMLSI 대표 등 관련자 13명이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06년 12월 21일 이들이 제주지검에 의해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되면서 관련 업계와 제주지역 사회에 충격을 던진 제주 이전 기업 2호 EMLSI의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첫 공판 후 무려 19개월 만에 이뤄졌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평균 부장판사)는 21일 업무상 배임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이사 박 모씨, 책임연구원 안 모씨(32), 김 모씨(31) 등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당초 이들은 구속됐다가 8일만에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재판부는 “유죄가 인정되는 만큼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EMLSI 대표 박 모씨(47)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책임연구원 전 모씨, 정 모씨(39)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7명의 피고인들도 각각 징역 1년 또는 징역 8~10 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업비밀 침해행위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무너뜨리고, 피해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비록 범행에 대해 피해 회사인 매그나사와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이미 매그나사의 중요 첨단기술들이 중국의 GSMC에 유출됐고, 그 결과 비메모리 반도체인 이미지센서 기술에 관한 국가경쟁력 등에 미치게 될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1명의 피고인을 제외하고 모두 초범이거나 벌금형 이외의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영업비밀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매그나사에서 전직한 피고인들이 EMLSI에서 퇴사한데다, 이미지센서 사업을 포기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판결과 관련, 공보관 이계정 판사는 “이미 이 사건 범행을 주도했거나, 깊이 관여한 피고인 3명에 대해 보석을 취소하고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해 법정 구속함으로써 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 법원의 엄정한 형을 선고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당초 지법은 구속됐던 피고인 6명에 대해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석을 허가했으나, 심리 결과 유죄가 인정됨에 따라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 기술유출 어떻게 이뤄졌나

휴대폰 기기에 사용되는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개발.생산 업체인 EMLSI의 대표 박 씨는 2005년부터 국내 유수의 이미지센서(CIS) 업체인 매그나사의 연구원 9명을 영입하면서 CIS에 관한 영업비밀 자료의 약 80%를 빼내 오도록 한 뒤 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의 수정을 거쳐 CIS를 설계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공장인 G사에 유출 시킨 혐의다.

이 CIS는 휴대폰 카메라 및 인공위성 등에서 사용하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로, 당시 이 분야 국내 기술로는 세계 2위인 삼성과 매그나사 2~3군데 뿐이었다.

이 사건 수사는 검찰이 국가정보원 산업기밀 보호센터로부터 국내 메모리 번도체칩 제주업체인 EMLSI가 경쟁업체인 매그나사의 연구원들을 고용하면서 CIS 설계기술을 빼내 설계한 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이 회사 대표 박 씨와 연구원 등 13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최첨단 반도체 기술 관련이어서 검찰 수사는 물론 법원의 심리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처음 혐의를 부인하던 피고인들이 중형을 피하기 위해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이고, 검찰 역시 이례적이다 시피 사안별로 실형과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구형했고, 재판부 역시 대부분 검찰의 구형대로 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