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나이든 여성의 아름다움

2008-08-19     제주타임스

요즘 오름 동아리 멤버로 매주말에 오름 산행을 한다.

우리 동아리도 남녀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주에는 다른 오름 동아리멤버들과 같이 오름을 오르는 날이었다. 다른 동아리 팀들은 우리보다 한 10년은 후배 연령 대들이다.

다른 팀 여자들의 우리 팀 여성멤버에게 왕언니라고 존칭을 해서 왕짜(늙었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한말)를 빼라며 신경전을 벌리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런 젊음과 늙음의 문제로 문화계와 연예계의 여러 인사들도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젊음은 경쟁능력이 아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인 “화양연화(花樣年華)”도 한때 일뿐 곧 지나간다. 모든 찬탄의 대상인 젊음도 누구에게나 허락되지만 오래도록 지속되지 않은 인생의 한 시절일 뿐, 결국 지나간다.

그렇다. 세월이가면 늙기 마련이고, 누구도 나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는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고, 육체적인 노화 외에 질적으로 아주 다른 의미를 동반하는 것 같아서 마음의 무겁다.

경쟁력의 저하 내지는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의미를, 사회가 온통 젊음만을 찾고, 나이 듦은 곧 낡은 것으로 치부해 버리니, 나이 든다는 건 언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왕 언니가 되어서 주연자리에서 조연자리가 아니라 관객이 되는 것이다.

물론 젊음은 축복이자 아름다움의 기준이다.

요즘사람들은 점점 더 어려지고 싶어 한다.

동안열풍을 보면 너도나도 한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기기 위한 전쟁이다.

요즘 제일 기분 좋은 인사말이 젊어졌다는 말이다.

나이 먹는 게 잘못은 아니다.

젊음을 예찬하는 사회분위기가 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반기 될만한 일들도 많이 있다. 

 나이 많은 여자 가수이자 배우가 오랜 정체기간을 딛고 새로운 앨범을 들고 돌아온 것을 두고 “놀 줄 아는

왕 언니귀환“이라는 말로 환영분위기 일색이었다.

늙어가는 나이에 그녀의 선택은 도전이고 용기로 비쳐진 것이다. 여성의 아름답고 섹시함이란 나이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듦은 소멸이 아니라 성숙인 것이다.

또한 최근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 인터넷 판에서 “더 이상 여성의 아름다움에는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 no problem beauty of the woman’s more age)”는 타이틀로 60대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섹시한 여배우들을 소개 했다.

영화<더 퀸>에서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해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63세의 헬렌 미렌의 빨간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실었다.

 이외에 74세의 소피아 로렌, 64세의 카트린 드뇌브, 71세의 제인 폰다와 68세의 줄리 크리스티, 62세의 글렌 클로즈 등이 나이와 무관하게 여전히 아름다운 여성으로 이 신문은 정했다.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더욱 풍만해진 그들의 내적 원숙함과 성숙함이 빛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 장년 여배우들의 활약도 눈에 띄게 늘었다.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력과 카리스마, 인생을 달관한  원숙한 여인들의 풍모가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최근 영화나 인기 드라마를 보면 중장년 여성들의 도도함과 우아함이 새로운 패션 트렌트를 창조하고 있다. 신상녀(된장녀 다음에 탄생한 인기족) 못지않게  화제를 만들고 있다.

이들의 부단하고 성숙한 인생 후반기 삶에 숙연한 희망으로 가슴에 다가온다.

인생의 경험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다.

오히려 젊음보다 더 값어치 있고 생애의 향기와 연분홍 빛깔을 만드는 초석인 것이다.  

 어느 시인은 지나가버리는 한때의 젊음을 경쟁력이라 착각하지 말라고 했다. 나이를 먹는 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젊을 때의 방황과 설익음에 마침표를 찍고 인생의 깊이와 노련함마저 알게 해준 세월에 고마움을 느낀다면 나이 먹어가는 당신의 아름다움은 영원한 것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