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망 교수들 한쪽 정리해야

제주대 고창훈 교수 발표...파문

2004-09-24     정흥남 기자

제주대학교의 한 중견교수가 대학내 '정치 교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과거 안기부와 대학교수의 유착설을 폭로, 파문이 일고 있다.
제주대 고창훈 교수(53.행정학과)는 23일 제주시 크라운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1세기 제주의 도약과 발전 모색’을 위한 도민 대토론회에서 '정치적 갈등 요인과 극복 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한 논문(부제목:제주특별자치도의 논란에서의 갈등관리와 협력형 리더십 정립을 중심으로)에서 제주대학교 교수 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고 교수는 “자기 분야에서 연구나 대안제시로 역량도 검증되지 않은 교수들이 정치에 입문하거나 반은 정치, 반은 교수를 해나가게 하는 것은 설령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고, 정치 참여의 자유가 있지만 학교나 당사자를 위해 분명하게 한쪽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걸핏하면 정치권으로 진출한다거나 후보군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즐기는 일은 본인으로서는 역량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자가 발전 없이 그렇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본다”고 비난했다.

고 교수는 “정치를 지망하는 교수들의 경우, 대학과 정치 어느 한쪽을 택하도록 학과 나름대로 규칙을 세워 학과에 누가 되지 않게 하는 제도적 장치나 제한하는 단호한 원칙을 세워나가야 할 때”라며 해당 교수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고 교수는 “(과거)제주대의 시국 선언은 두 차례 시도되어서 두 번 다 노력했지만 당시 안기부와 기관에 연결된 교수들의 집요한 반대 공작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점이 제주대의 한계”라고 교수와 안기부의 유착설을 제기했다.

고 교수는 이어 “당시 시국 선언을 결사적으로 막았던 교수들이 이같은 민주화의 의지를 막았던 사실에 대해 단 한 사람도 반성하는 것을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시민단체의 대표를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사례까지 있다”면서 “이같은 일이 어떻게 언제 정리될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실패한 축제’인 세계 섬문화 축제 문제와 관련, “제주 세계섬문화 축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제주대 교수들이 축제 실패에 대한 공식 평가보고서나 논문 한편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제주대 교수들의 무책임성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