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칼럼] 한라산 케이블카, 유네스코에 묻자

2008-08-07     제주타임스

또 다시 도진 논란

 고질(痼疾)이 되다시피 한 한라산 케이블카 찬-반 논란이 또 도지고 있다.

 지난 4일이다.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를 다시 꺼낸 것이다.

“케이블카 추진의지는 확고하며, 정부의 설치기준이 완화되면 재차 추진하겠다.”는 요지였다.

 즉각 반응이 나왔다. 이번에는 시민사회단체-정당 등이 응수 했다.

지사 발언 이틀 뒤인 6일이다.

 22개 정당-시민사회단체가 ‘김태환 도정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합동 기자회견 석상에서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갈등만을 재연하게 될 케이블카 재추진 입장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아마도 앞으로 제주도가 케이블카를 계속 추진한다면 이에 대한 반대도 계속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추진력의 강도와 반대의 강도는 정비례할 것임도 확실하다.

 찬성이 옳은지, 반대가 맞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케이블카는 마치 지구가 영구 공전(公轉) 하듯 이 역시 공전(空轉)을 거듭하면서 40년간이나 한라산 주변을 뱅뱅 맴돌고 있다.

아직도 해법이 없다

 사실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는 10년, 20년이 아니라 무려 40년 세월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 온 난해한 숙제다.

 처음 제기된 것이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까지였다.

 그 때의 공식 사업명은 ‘케이블카 설치’가 아니라 ‘삭도(索道=架空索道) 시설사업’이었다.

중산간 지대에서 영실까지 가공삭도(架空索道)를 설치해서 관광객들에게 공중 관람을 시킨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때도 반대 세력이 있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연이 훼손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삭도사업이 불발로 끝난 이유는 자연 훼손이 아니라 기술과 자본력 부족에 있었다.

 어쨌거나 40년을 공들여 왔지만 이 난제에 대한 해법을 아직도 못 찾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찬-반 목소리를 높이는 걸 보면 모두가 전문가 같고, 모두가 일가견(一家見)을 갖고 있는듯 한데 쌍방 간에 통일 된 해법이 없다.

정답은 易地思之에

  지금 찬-반 양측의 생각은 정 반대다. 제주관광에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가장 큰 쟁점은 자연 훼손 여부다.

반대 측은 ‘한라산의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자연 파괴’, 찬성측은 ‘도리어 자연보호에 도움’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서 찬-반 양측이 놓쳐버리는 게 있다.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양쪽 모두 백지상태로 마음을 비우고 찬성측은 반대쪽의 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반대하는 타당한 근거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반대 측도 마찬가지다.

찬성 쪽의 위치에 서서 왜 찬성을 해야 하는지 합당한 이유 찾기에 힘써야 한다.

이렇게 역지사지를 하고 나면 공통의 결론에 도달할 수가 있을 줄 안다.

 제주도 당국도 예외가 아니다. 밀어붙이려고만 하지 말고 종합적인 사업계획안을 마련, 공론에 붙여야 한다.

이를테면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특수 예를 제외하고는 육상 등반을 일체 통제할 것인가 등등 말이다. 그럴 경우 정말 한라산은 보호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역지사지에도 불구하고 해답을 못 찾는다면 마지막으로 정답을 찾는 길이 하나 있다.

한라산 보호와 관련, 케이블카 설치의 득실을 유네스코에 묻는 길이다.

 유네스코는 인류전체를 위해 보존 가치가 뛰어난 세계의 문화-자연-복합유산들을 등재시켜 보호 활동을 벌이는 국제기구다.

 전 세계 184개국의 문화-자연-복합유산 851건을 등재해 현재 보호활동을 펴는 것만으로도 그 권위를 알만하다.

 제주도 화산섬-용암동굴군도 세계자연유산 아닌가.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유네스코의 의견을 묻는다면 반드시 정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민은 누구든 그 정답에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김  경  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