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계약 체결 지연...제약사들 ‘값싼 보건소’ 외면

제주시민 4만명 ‘독감유탄’

2004-09-23     정흥남 기자

지난해보다 한달보름 늦은 11월부터 인플루엔자 접종
市보건소,“불가피한 상황”-11월이전 독감예방 무방비


전국의 보건소 등에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백신 가격협정을 체결하는 질병관리본부와 국내 제약업체들간 백신공급계약 체결이 늦어진데다 제약회사들이 일반 병원보다 공급가격이 싼 보건소에 백신공급을 늦추면서 보건소 독감백신 접종이 11월 이후로 늦춰졌다.

이에 따라 백신접종을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특히 독감백신의 경우 접종 후 1개월이 지나야 완전하게 ‘면역효과’를 내는 점을 감안할 때 보건소에서 독감백신을 접종한 시민들은 적어도 11월말까지는 독감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제주시보건소는 22일 당초 내달1일부터 시행키로 했던 올해 독감예방접종을 11월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제주시보건소는 지난해의 경우 9월 중순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제주시보건소는 질병관리본부와 제약회사들 간 백신공급계약 체결이 지난 15일에야 이뤄진데다 일반 병의원의 경우 독감백신 가격이 병당(2인분) 9000원선인 반면 보건소는 병당 7610원에 그쳐 제약회사들이 공급가격이 비싼 병원에 우선 공급한 뒤 보건소 공급을 늦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당장 제주시보건소가 올해 접종을 실시키로 계획한 서민과 노약자 등 4만2900명이 피해를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독감예방접종은 접종 후 1개월 이후부터 ‘효과’를 내기 시작해 5개월간 약효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보건소는 지난해에도 4만2000명의 시민들을 상대로 독감예방접종을 벌였는데 올해 이처럼 한달 보름정도 접종이 늦춰지면서 자연적으로 시민들의 직.간접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한편 올해 보건소에 공급되는 백신가격이 지난해 병당 7084원에서 7610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보건소 독감 접종요금은 지난해 3700원에서 4000원선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보건소 관계자는 이날 “독감 예방접종을 실시할 경우 예년을 기준으로 할 때 하루 평균 3000명이 몰려 10월 접종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돼 백신부족으로 인한 ‘파행접종’을 피하기 위해 접종시기를 연기했다”면서 “전국의 제약회사들이 보건소에 공급하는 조달가격 보다 높은 공급가격과 거래선 유지 등을 위해 일반 병의원에 우선 공급한 뒤 잔여물량을 보건소에 공급하고 있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