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등록 명의 대여 위험부담 크지만…
"운행 지배 안하면 사고 책임 없다"
지법, 사고 낸 실질 차주에만 책임 물어
타인 차량에 이름 빌려줬다 큰 일 당할 수 도
2008-07-30 김광호
법원은 명의를 대여한 사람이 당해 차량에 대한 운행 지배 및 운행 이익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의 책임과 무관하다고 판결했다.
단순히 타인의 차량을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해 줬다는 이유 만으로 실제 차주이자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의 책임을 함께 지지 않는다는 판결이다.
제주지법 민사1단독 김창권 판사는 30일 최근 모 보험사가 명의 대여 차주 A씨와 사고 운전자 B씨(실제 차주)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A씨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B씨에 대해서만 원고에게 66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고 A씨는 ‘미성년자여서 차량의 명의인(등록 차주)이 될 수 없다’는 종업원 B씨의 부탁을 받고, 성인이 될 때까지(2006년 5월)를 시한으로 명의를 빌려주고 책임보험도 자신의 명의로 가입시켜 줬다.
그러나 B씨는 2006년 1월 18일 오전 4시께 제주시내 도로를 운행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 모씨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를 냈다.
이에 보험사는 무보험자동차 상해담보 보험에 가입한 피해자 C씨 측에 손해배상금 1억6600여 만원을 지급하고, A씨가 가입한 책임보험 회사로부터 1억원을 구상금으로 받은 뒤 나머지 금액 6600여 만원을 피고들이 연대해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 A씨는 종업원인 B씨의 부탁으로 일시 차량 등록에 이름을 빌려줬을 뿐, 차량의 관리나 운행에 관여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A씨를 이 차량의 운행자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따라서 실제 차주이면서 운전자인 B씨에 대한 구상금 청구만 인용하고, 명의 대여 차주인 A씨에 대한 연대 구상금 청구는 기각 판결했다.
이 사건 판결은 다른 사람에 대한 차량 등록 명의 대여가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판결이기도 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