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벌거벗은 대통령’

2008-07-28     제주타임스

망신 外治에다 內治도 혼란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

맨땅에 곤두박질 칠 일만 남았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권력의 껍질만 걸쳤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를 보고 듣는 세상의 눈과 귀가 그렇다.

굴욕, 구걸, 추태, 망신, 등신, 오락가락, 우유부단 등 외교와 관련해서는 온갖 듣기 거북한 비판과 막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내치(內治)라고 달라질 것이 없다.

불법적 촛불시위가 3개월 넘게 수도 서울을 유린하고 있어도 이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어디 이 뿐이던가. 특정 학맥, 특정지역, 특정 종파만을 기준으로 한 정부 인사 난맥은 ‘강부자’ ‘고소영‘ 등 애꿋은 연예인 이름을 빌린 사회적 조롱거리가 된지 오래다.

 공기업 등에 대한 코드.낙하산 인사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한다.

 이에 관한 한 참여정부가 아마추어라면 이명박 정부는 슈퍼 프로급이다.

 여기에다 물가 폭등, 청년실업 증가, 금융시장 혼란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또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초병압사 사건, 물난리 등은 어떤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며 위기다.

과히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위기의 國政, 승부수 띄워야

 우방으로부터는 희롱당하고 국민으로부터는 신뢰를 잃어버리는 이명박 정부, 그래서 기대해 볼 것 없다며 돌아서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 절망적 상황에도 역설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으니 바닥을 치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역설이다.

실망이 절망이 어머니라면, 절망도 희망이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가장 절망적일 때야 말로 시쳇말처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 승부수를 던지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바닥을 칠 때 일어서려는 희망의 승부수, 이명박 정부는 이제 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출범 6개월 정부를 두고 할 말은 아니지만 정권의 진퇴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심각한 위기감을 가지라는 경고이며 쓴 소리다.

 사실을 말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벌거벗은 대통령’이나 다름없다.

안델센 동화의 ‘벌거벗은 임금님’ 처럼 자기 최면에 걸려 스스로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국민의 표정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다.

절망적 상황에 희망 엮어야

 프랑스 정치가 ‘타레이랑’(1754-1838)은 “백성의 소리는 하늘의 소리”라고 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소리다.

 조선시대 허균은 민심을 셋으로 분류 했다. 군력에 무조건 순종하는 항민(恒民), 사사건건 불평과 반대만 일삼는 원민(怨民), 그리고 잘.잘못을 가릴 줄 알고 시시비비를 분명히 하는 호민(豪民)이 그것이다.

 여기서 진짜 민심은 호민이라 했다. 정치는 호민의 지혜로 국가를 경영하라는 것이다.

 처칠은 히틀러가 유럽을 유린했던 암울한 시절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장 냉혹한 현실을 직시 했다. 민심을 읽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 채찍을 놓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승부수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민심을 정확히 읽고 발가벗은 제 몸에 항상 채찍질을 하는 자기 단련. 그래서 생선뼈를 발라내듯 불법과 부패정치와 코드인사와 패거리 정서를 발라내는 데 정권의 운명을 걸어야 할 것이다.

제 살을 발라내는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절망적 이명박 정부에 그래도 희망을 걸어보는 이유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