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유가가 갖다준 색다른 여유

2008-07-23     제주타임스

요즘 온 세상이 난리다. 잤다가 깨어나면 기름값폭등으로 생필품, 학원비 등 오를수 있는 거라면 죄다 오르는 것 같다.

그에따라 일반 서민 가계는 점점 핍박해져 허리를 어디까지 줄여야 할지 지금으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난 3월부터 애월읍 하귀에서 서귀포로 출퇴근하는 필자도 최근 치솟는 기름값에 두손을 들고 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출퇴근 거리만 왕복 약 80㎞, 휘발유 ℓ당 2,000원을 기준으로 했을때 하루 약 16,000원의 기름값이 소요되는데 시외버스 요금 왕복 5,000원을 적용한다면 하루 11,000원을 절감할 수 있고, 통근버스를 이용한다면 유류비는 고스란히 남는 돈이 된다.

그런데 출퇴근버스를 이용하면서 금전적인 절약 이외에도 더 많은 부가적이 값어치를 발견하였다.

첫째, 책 읽을 여유가 생겼다.

자가운전을 할 경우 책읽을 여우가 전혀 없어 일상적인 생활패턴을 편도 40분의 여유속에 확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벌게 되었고,
둘째, 사색의 시간이 생겼다.

책읽다가 조용히 눈을 감고 오늘 사무실에서 해야할 일, 보고서 작성 내용 등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셋째, 제주의 사계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승용차의 낮은 시점에서 대형 버스의 높은 시점으로 제주의 자연을 볼 수 있어 또다른 제주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지친 하루를 마치고 귀가할 때 짧지만 달콤한 안락의자 역할을 버스가 대신해주는 등 고유가가 주는 여러 가지 선물이 세삼 고맙게 느껴진다.

고유가 직격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운수업 등 많은 이들을 위하여 하루라도 빨리 고유가의 수렁에서 헤어나려면 조금이라도 아껴쓰고, 다시쓰고, 나눠쓰기를 생활화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제주는 예로부터 조냥정신이 몸에 베여있어 과거 IMF때에도 타 지역에 비해 큰 타격을 받지않았다.

 아니 그것이 오히려 채찍이 되어 더더욱 조냥정신을 가다듬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 어려운 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이 제주의 조냥정신을 이어받아 이 어려운 난국을 해쳐 나아간다면 고유가 시대는 머지 않아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버스를 타자, 그리고 책을 펼치자.

김  창  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