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핵티비즘과 정치참여

2008-07-17     제주타임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참다운 대중의 직접적인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게 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답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인터넷의 발전으로 원활한 의사소통과 정보공유로 민주주의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으나 꼭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핵티비즘’은 ‘해커’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행동을 가리키는 ‘액티비즘’이 합해진 용어로 최근 들어 사이버 공간에서의 일부활동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그 의미나 범위, 지침 등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핵티비즘을 전 세계의 정치활동에서 컴퓨터 해킹을 이용한 정치적 행동주의로 정의하기도 하고 해커의 기법과 기술을 결합한 시민불복종의 정치행위로 보기도 한다. 컴퓨터 해킹과 풀뿌리 정치항거를 결합한 것으로 보는 견해와 핵티비즘을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핵티비즘 활동가들이 옹호하는 쟁점들에 대한 대중의 주의를 끌기위한 행위나 혹은 정책이나 쟁점에 반대를 표현하기 위한 비정부행위자들의 행위로 보기도 한다.
하버드박사학위 청구논문으로 『핵티비즘과 정치참여의 미래』라는 논문을 쓴 알렉산더 휘트니 새뮤얼(Alexandra Whitney Samuel)의 논문에서 핵티비즘의 정의를 보면 앞서의 정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핵티비즘의 특징은 첫째로, 핵티비즘은 비폭력적이어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사이버테러리스트의 행위와 명백하게 다르다. 둘째로 핵티비즘은 불법성과 합법성의 모호한 상황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명백한 불법적인 행위와는 구분된다. 셋째로, 핵티비즘을 일반화하면, 디지털도구를 사용하여 명백하게 비폭력적이며 위반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규칙 위반성을 지니며 비폭력적이라는 이중 기준에 부합하는 핵티비즘의 정의가 가장 넓은 범위의 의미가 될 것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정치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중의 하나가 이런 핵티비즘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언론 표현의 자유와 적법성과 책임의 경계를 긋기가 모호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강경한 규칙에 대한 옹호자와 좀 더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자들의 치열한 논리공방은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핵티비즘의 세계에서도 치열하다. 유명한 미국의 해커단체인 ‘리전 오브 디 언더그라운드’(Legion of the Underground)가 이라크와 중국의 모든 컴퓨터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겠다고 발표하자 ‘컬트 오브 더 데드 카우’(Cult of the Dead Cow), ‘로프트 헤비 인더스트리즈’(LOpht Heavy Industries), ‘프랙’(Phrack), ‘케이아스 컴퓨터 클럽’(Chaos Computer Club), ‘히스파핵’(!Hispahack) 등 세계 각국의 유명한 해커집단들이 해킹 기술의 남용을 비판하며 어떤 이유에서든 한 나라의 정보 인프라를 파괴하거나 위협하는 데 해킹 기술이 이용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다소의 피해가 있다하여도 자국민에게 가혹한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정부에 대하여 응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해커들도 있다.
핵티비스트들은 농성이나 연좌시위를 인터넷의 가상공간에서 실행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소수의 인원이 현실세계에서 수천수만 명이 운집하여 농성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가상연좌시위는 민주주의 전통에서 나타나는 시민불복종운동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인터넷 강국중의 하나로 알려진 한국의 정치상황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을 살펴보면 핵티비즘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핵티비즘에 대한 중요한 논의 중의 하나는 언론 표현의 자유와 책임의 한계에 있다.
익명성을 보장하여 자유롭고 진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환경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운다는 주장과 철저한 실명으로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의 중간 어디에서 우리사회는 합의점을 찾아야한다.
테러리즘의 발호로 자유롭던 인터넷환경이 점차로 경직되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은 모든 종류의 해킹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를 따르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