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칼럼] 잘못된 제주도의 '제주항공' 증자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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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제주도는 제주에 뿌리를 둔 지역항공사를 설립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대한-아시아나 양대 항공사의 요금 인상 억제, 저가항공 이용, 좌석난 해결, 관광객 유치 등이 이유였다.
그러나 막상 지역항공사 설립 문제가 나오자 도민의견은 찬반으로 엇갈렸다.
그래도 뜻 있는 인사들은 항공사 설립에 적극 찬동했고, 제주도는 용기와 확신을 갖고 민-관 합작(合作)의 제주항공사 설립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가 않았다.
제주도와 합작할 민간 기업이 나서주질 않았다. 사업성의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다만 애경그룹은 달랐다. 유일하게 제주도와의 ‘제주항공 합작’에 동의했고, 제주도가 자본금의 25%인 50억 원, 애경그룹이 75%인 100억 원을 투자했다.
한국 제3의 민항(民航)이자 사상 첫 저가항공사는 이렇게 해서 출범했다.
지난 11일에는 제주항공이 처음으로 제주~일본 히로시마 국제선에까지 취항, 만석(滿席)을 이룸으로써 그동안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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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주항공은 설립 당시로서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큰 변혁을 몰고 왔다.
우리나라에 국내선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선까지 저가항공 시대를 활짝 열어 놓은 것이다.
지금 전국에서는 적어도 7~8개의 저가항공사들이 탄생했거나 탄생하려 하고 있어 춘추전국시대가 임박하고 있다.
제3의 민항이자 사상 첫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도 앞으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증자를 단행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일 줄 안다.
경쟁에 이기려면 항공기와 항공기자재 등의 신규 도입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창립 초기의 적자 항공사로서는 증자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범 당시 주식 지분율 25%였던 제주도가 올해에도 제주항공 증자를 기피해 버렸다.
이로 인해 지난 6월까지 400억 원을 목표로 했던 신규 주식 청약은 287억 원에 머물고 말았다.
이로써 제주항공의 총 자본금은 687억 원으로 증액됐으나 제주도의 계속된 증자 불참으로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제주도는 제주항공에 대한 투자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모양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아주 그릇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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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주도는 그 동안 월드컵 경기장, 제주국제 컨벤션센터, 미국의 호접란단지 등 수 많은 대형 사업들을 일으켜 왔지만 제주도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을 가져다 준 사업은 제주항공만 한 게 없다.
제주도는 제주항공에 쏟아 부은 도민세금 50억 원을 이미 도민들에게 돌려주고도 남았다.
제주항공이 아니었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대한-아시아나 등을 탔을 터인데 저가 항공을 이용함으로써 도민들은 최소한 1인 1회 왕복 2만여 원 이상씩을 절약, 벌어들인 돈이 총 100억은 될 듯하다.
만약 제주도가 올해에도 50억 원을 증자했다 하더라도 그 몫까지 이미 벌어들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디 그것뿐인가. 항공 좌석에 숨통을 터 주어 관광객을 유치했고, 대한-아시아나 양 항공사의 요금인상을 억제해 준 것까지 감안하면 제주항공으로 인한 도민들의 이익은 상당하다.
제주도가 제주항공에 증자를 기피한 것은 바로 이점을 놓쳤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증자는 물론, 행정적으로 제주항공을 키워야한다.
대주주로 발언권과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증자하라는 것이 아니다.
도민의 호주머니에 현금이 직접 들어가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제주항공을 육성해야 된다는 뜻이다.
제주도가 증자를 기피한 것이 큰 실책인 까닭이다. 예산 타령을 하겠지만 제주도의 예산 규모면 충분하다.
제주항공 설립을 위해 안달이었던 그 때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 경 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