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일단 항소하고 보자"
지법, 1심 선고 사건 3건 중 1건 꼴 차지
'억울하다' '형량 줄이기' 기대 심리 등 다양
올 들어 전체 형사사건 재판 건수(구 공판)는 크게 줄었으나, 1심 판결에 불복해 2심에 항소한 사건은 크게 늘었다.
그만큼 1심 판결을 수용하지 않는 형사 피고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제주지법이 지난 상반기(1~6월)에 처리한 형사사건(단독)은 모두 858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1032건에 비해 174건(16.9%)이나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1심 판결을 받은 858건 중 309건이 선고에 승복하지 않고 항소했다.
오히려 형사사건이 더 많았던 지난해 항소 건수 230건보다 79건(34.3%)이 더 증가했다.
1심 판결을 받은 피고인 가운데 약 3명에 1명이 항소했다.
항소는 1심의 양형 부당이나 사실 오인 등을 이유로 피고인과 검사 모두 또는 피고인, 검사 중 한 쪽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종전에는 검사보다 피고인의 항소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검사의 항소도 늘고 있다.
사실 오인도 있지만, 양형 부당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반대로 1심 무죄가 2심에서 유죄 판결되는 경우도 있다. 역시 1심의 사실 오인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극소수이고, 항소 기각이 훨씬 더 많다.
간혹 양형이 줄여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아주 드물다.
피고인들의 항소는 ‘(유죄 판결 등이) 억울해서’, ‘양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피고인은 1심 양형에 불만이 없는데, 검사가 양형이 적다며 항소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가 하면, 묻지말라 식 무조건 항소도 없지 않다. 1심 형량이 적당한 데도 ‘혹시 항소심에서 형을 깎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로 ‘일단 2심에 가고 보자’ 식 항소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요인이 전체 항소 건수를 늘리는 상승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항소사건의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항소로 인한 비용과 시간 및 정신적 부담이 크다.
법원과 검찰로서도 그만큼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
따라서 1심 판결이 제대로 이뤄지고, 묻지말라 식 항소가 자제된다면 항소는 줄어들 것이다.
대법원이 1심 재판에 신중을 기해 항소율을 줄이도록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