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지 야생화 식물원' 기대된다

전국 첫 사업, 세계적 관광명물 되게 해야

2008-07-06     제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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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그럴듯한 개발사업 계획이 나왔다.

서귀포시가 전국 최초로 조성하는 ‘초지 야생화 전용 식물원’이 바로 그 것이다.

서귀포시가 추진하려는 이 사업 계획에 산림청도 “적극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지자체의 정부 예산지원 사업에 대해 일단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중앙 부처의 속성인데, 오히려 ‘적극 지원 약속’을 했다니 계획의 차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아마도 전국 처음 조성하는 향토 자생 식물원이라는 점을 산림청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서귀포시는 이 식물원을 서귀포시내에서 멀지 않은 중산간 지역 국.공유지 15ha 정도에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 기간은 내년 3월부터 2011년까지이고, 사업비는 국비.지방비 50대 50의 비율로 모두 45억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제주는 수려한 경관뿐 아니라, 식물의 보고(寶庫)로도 명성이 높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1600여 종의 다양한 식물분포는 이미 전 세계 식물학자들의 뇌리에도 깊이 뿌리박힌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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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식물원 조성은 경관관광을 야생화 관광으로 발전시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순수 자연식물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더욱이 이 식물원이 들어서면 기존 향토 수종 위주로 조성된 제주시 한라수목원과 세계 곳곳의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중문관광단지 내 여미지식물원에 이은 또 하나의 명물이 될 게 분명하다.

결국, 관광객들도 제주에 가면 제주의 향토 식물과 세계의 주요 식물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고, 실제로 야생화를 감상하기 위해 여행길에 나서는 사람도 적잖을 것이다.

한라산 곳곳을 누벼야 관찰할 수 있는 야생화를 특정 장소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제주의 야생화는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피뿌리풀’처럼 향토적인 꽃 이름이 많아 더 더욱 제주의 정취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야생화 식물원에는 한라산 주변을 형상화한 시설도 갖추고, 이 일대의 야생화도 심어 놓는다고 한다.

한라산에 오르지 않고도 한라산의 꽃들을 구경할 수 있는 한라산을 축소한 공간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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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산림청도 지적했듯이 식물원의 위치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산림청은 민간 식물원과 거리를 둬 조성해야 기존 식물원의 피해를 줄여 상호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옳은 얘기다. 향토 자생 식물원을 서귀포시에 인접한 곳에 두는 것을 재고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전도 관광지의 균형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비중이 큰 관광시설은 서귀포시내를 중심으로 몰려 있다.

중문관광단지, 컨벤션센터, 월드컵경기장, 여미지식물원 등 대규모 관광시설이 모두 한 곳에 집중돼 있다.

반면에 동부 지역권에는 이렇다할 관광시설이 없다.

서귀포시가 산림청의 권유를 받아들여 야생화 식물원을 동부지역권으로 변경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다만, 서귀포 도심권과 가까운 동부지역에 식물원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서귀포시의 방침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도심권과 가까운 동부지역’은 결국 서귀포시내권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남원~ 표선, 특히 표선~성산 사이의 국.공유지에 식물원을 조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이 일대는 오름 군락이 잘 발달한 곳이다.

오름이 적은 곳보다 더 많은 곳을 배경으로 해야 향토 식물원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서귀포시의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한 야생화 식물원 사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