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헬싱키大, 너마저…

2008-06-29     정흥남


‘양치기 소년’

최근 뉴스에 등장하는 단골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양치기 소년’이다.

현 정부의 잇따른 정책실패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사용되는 이 ‘양치기 소년’이 최근엔 서귀포지역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 ‘양치기 소년’을 불러들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헬싱키 대학이다.

‘헬싱키 대학, 과연 서귀포에 분교를 건립하는 게 맞나’

오는 9월 개강할 것으로 믿었던 핀란드 헬싱키 경제대학 EMBA(경영자 경영학 석사과정) 제주분교 개설이 늦어지면서 서귀포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서귀포시민들은 특히 올 2월 서귀포시 제2청사에서 제주도가 헬싱키 대학측과 공식적인 제주분교 설치협약까지 체결한 마당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적잖이 당황해 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헬싱키 대학 제주분교 설립이 완전히 무산되지는 않은 채 내년 3월로 개강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시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과거 모슬포에 학교부지 예정지까지 공개됐던 조지 워싱턴 대학의 ‘쓰라린 경험’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최근 무산 가능성이 높아진 제2관광단지 사업과도 맞물려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무실까지 철수한 제주도

제주도는 올 3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서귀포시 제2청사에 입주 시켰던 도 본청 조직인 문화관광스포츠국을 전격적으로 철수시켰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헬싱키대학이 이곳을 학교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주도는 이에 앞서 2006년 6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역시 서귀포시 제2청사에 사무실을 틀기로 했던 문화광광스포츠국 주무과(課)인 문화예술과를 철수했다.

당시 문화예술과는 서귀포시 제2청사에 이삿짐을 풀지도 않은 상태에서 되돌아갔다.

문화예술과의 복귀야 당시 형편상 어쩔 수 없었던 ‘외압상황’에서 초래됐다고 하더라도 문화관광스포츠국 나머지 부서를 철수시킨 직접적인 이유를 헬싱키 대학 때문이라고 밝혔던 만큼 누군가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서귀포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도 누구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다.

제주도나 서귀포시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직접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헬싱키 대학 제주분교 설립에 불투명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헬싱키 대학이 예정대로 9월에 이곳에 개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침묵으로 일관했을까.

△조지 워싱턴 대학 전철 밟나

2004년 8월 제주도는 제주에 미국의 명문대학을 유치한다는 낭보(?)를 발표했다.

미국의 명문 조지워싱턴대학교가 제주도를 캠퍼스타운 조성 후보지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김태환 지사는 그해 8월16일 제주도청에서 스티븐 조엘 트락텐버그 워싱턴대 총장과 강기권 남제주군수와 함께 워싱턴대 제주캠퍼스타운 조성에 적극 협력키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그런데 워싱턴 대학 제주유치는 어느 순간 ‘없었던 일’이 됐으며 이에 대해 제주도는 역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시민들 기억에서 지워지기만 기대하고 있다.

7월 1일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출범 2년이 흐른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특별자치도를 통해 도민들의 자치역량이 강화되고 제주의 발전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고 ‘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반면 또 다른 편에서는 특별자치도 출범 후 풀뿌리 민주주의가 훼손됐으며 기대와 달리 얻은 게 없으며 서민들의 삶은 더 악화 됐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민심은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실적은 없고 구호만 요란한 특별자치 2년’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난무 하는 것 같다.

헬싱키 대학 역시 워싱턴 대학의 전철을 밝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어 보인다.

서귀포 시민들의 답답함과 허탈감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

정  흥  남
편집부국장/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