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간 점검 필요한 국민참여재판
재판부, 배심원 평결ㆍ양현 그대로 반영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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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이 전국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재판이다.
배심원은 재판의 평의와 평결을 하게 돼 재판 결과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배심원의 평의와 평결이 재판부에 의해 그대로 선고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재판부가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면 수용하는 추세다.
지금까지 제주지법 1건을 포함해 전국 지방법원에서 모두 21건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두 살인, 살인미수, 상해치사, 폭행치사, 강도상해, 강도강간 등 강력사건들이다.
특히 광주고법 제주부도 지난 지난 20일 살인 및 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 모 피고인(48)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국민참여재판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사는 1심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피고인은 고의적인 살인이 아니었고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배심원들의 평의.평결에 의한 1심 판결이 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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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국 법원의 재판부가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을 반영해 내린 선고는 집행유예, 무기징역, 무죄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5건은 이미 형이 확정됐다.
3건은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았고, 나머지 2건도 항소심이 1심을 그대로 유지해 판결했다.
특히 지난 3월 24일 인천지법 국민참여재판이 내린 상해치사 혐의 구속 기소 피고인에 대한 무죄 선고가 눈길을 끈다.
배심원들은 “가장 유력한 증인인 목격자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며 무죄 평의.평결했고, 재판부 역시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시행 초기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대법원은 배심원의 유.무죄 판단과 선고 결과를 대부분 일치한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1심 판결에 문제는 없었으며, 1심을 그대로 유지하는 항소심의 판단 또한 문제가 없는 지에 대한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일각과 일부 시민들의 견해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심 제도를 둔 것은 법관이 신(神)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소심(2심)과 상고심(3심)이 있는 것도 하급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었는지, 이로 인해 억울하게 죄인의 누명을 쓰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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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은 1심이 유.무죄의 판단을 제대로 했는 지, 양형 역시 적정했는 지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이끌어 내야 한다.
만약, 국민참여재판이 시행 초기 제도의 성공적 안착에 급급한 나머지 이 원칙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국민참여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
솔직히 양형을 정하는 일은 법관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법률 전문가인 법관도 양형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데, 법률 용어마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배심원들이 평의.평결한 양형을 재판부가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에 속한다.
전국에서 실시된 21건의 참여재판 가운데 이미 형이 확정된 5건을 제외한 16건이 항소할 경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추세로 보아 1심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바로, 국민참여재판의 결과를 존중하는 경향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이 사실상 최종심에 흐를 경우 삼심제도는 흔들릴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결국 국민참여재판이 사법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
국민참여재판 재판부는 배심원들이 낸 유.무죄 및 양형에 대한 평결은 존중하되, 법리적인 설명을 충분히 해 감정적 또는 온정주의가 철저히 배제된 평결을 유도하고 선고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배심원에 의한 판결이라는 고정관념에 집착해 피고인에게 일반 재판시보다 유리하거나 불리한 형이 선고되지 않도록 신중한 심리를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전제된 1, 2심 판결이라야 국민이 원하는 제대로 된 국민참여재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