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뿐인 청렴제주교육' 안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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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교육청이 ‘청렴제주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나섰다. 우선 그 의도는 참으로 좋다. 하지만 그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그동안 제주도 교육계에서는 교복 납품, 찬조금, 촌지, 인사 등등을 둘러싸고 갖가지 잡음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교육계가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해 온 이유도 학사지도(學事指導)의 잘못에 있기보다는 이러한 비리들을 저질러 온 데 있었다.
그리고 ‘온정주의’로 유명한 제주도교육청의 감사는 교육계의 그간의 비리를 예방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 또한 교육청이 도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는 한 원인이 되어 왔다.
최근 일선 학교 감사 권을 놓고 논란이 일었을 때 교육외적(敎育外的) 기관인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도민의견들이 적지 않았었다.
그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도교육청의 온정주의 감사로는 교육계의 비리를 예방하고 뿌리 뽑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일선학교 감사는 교육청이 맡게 됐지만 온정주의가 냉정주의로 바로 잡힐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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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교육청이 이제야 교육현실을 자각한 듯 뒤늦게나마 ‘청렴 제주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일체의 교육 비리를 추방하겠다고 나선 것은 일단 호평해 주고 싶다.
이를 위해 교육청이 먼저 착수한 것이 징계 기준을 개정, 강화한 것이다.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주고받았거나 미성년자를 성폭력 한 자는 파면이다. 음주 운전을 하거나 학생성적 부정 평가 등은 현행 징계 기준보다 한 단계 높인 중징계다. 각종 징계의 시효도 연장했고, 강등(降等)도 제도화 했다.
이미 불법-부정을 저지른 자에 대한 징계기준의 강화뿐이 아니다. 도교육청은 각종 비리를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청렴제주교육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시책들도 추진한다. 이를테면 금품-불법찬조금-촌지 안 받기 운동, 교과서-부교재-교복 등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하기, 인-허가-진정-계약 등 민원처리 전담제 실시 등이 그것이다.
한 관계자의 말대로 “제주도내 전 교직원들을 ‘클린 제주교육’ 운동에 동참시켜 0.1%의 부패도 발생하지 않는 청렴도 최고의 교육청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성과를 예의 주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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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렴제주교육’ 문화 정착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 더구나 “0.1%의 부패도 발생하지 않는 청렴도 최고의 제주도 교육”을 실현한다는 것도 결과를 보기 전에는 뭐라고 속단할 수가 없다.
금품수수-성폭력은 파면, 음주운전-성적 부정 평가는 중징계 하는 등 징계기준을 강화한다고 해서 교육계가 맑아지는 것은 아니다. 개정 강화된 그 징계 기준을 철저히 적용하지 않으면 그것은 허명이 문서가 되기 때문이다. 법이든, 영이든, 규칙이든, 징계 기준이든 그것을 형식적으로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데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엄정하게 적용하고 실천하는 데 참 뜻이 있을 줄 안다. 모든 규칙-기준이 마찬가지다. 있기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은 다면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특히 교육계에서 비리의 싹이 트지 못하도록 하려면 온정주의 감사가 없어져야 한다. 같은 교육계에서 일선학교를 감사하는 한 팔이 안으로 휘지 않을까 걱정된다. ‘청렴제주 교육’을 위해 징계 기준의 강화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온정주의 감사를 배격하는 것은 더욱 필요하며 급선무다. ‘청렴제주 교육’이 말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