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을 버릴 순 없었어요
북제주군 한경면 소재 '애서원'은 지금…
"이 아이를 버리고는 살아갈 수 없어요"
"입양기관에 맡기고 새 삶을 살아가자"
17일 오후 북제주군 한경면 청수리 소재 미혼모 보호시설인 애서원에서 만난 K양(18).
K양은 여고 1학년 때이던 지난해 가을, 또래의 남자친구와 사귀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됐으며 그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다.
임신 4개월째 되던 지난 2월 K양은 이 사실을 알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남자친구에게 털어놓게 된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며칠 연락이 없다 얼마의 돈만 주고 K양의 곁을 떠나갔다.
이미 수술 시기를 놓친 지난 4월 부모들마저도 따뜻한 보살핌이 아닌 차가운 시선만이 존재했다고 한다.
특히 남자친구 집안에서 마저 완강히 반대, 버림받게 되자 세상이 암울해 보였다고 한다.
지난 6월 3일 도내 최초의 미혼모 보호시설인 애서원이 준공되자 K양은 곧바로 이 곳으로 왔으며 지난달 말 새 생명을 탄생시켰다.
17일 어머니가 찾아와 '아이를 입양시켜 새 삶을 살아가자'고 권유했으나 K양은 "이 아이를 버리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냥 잘 키우게 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안 좋은 시선으로 손가락질을 해도 살아갈 수 있다"며 "다만 내 아이가 내 품에서 건강하게 커 가는 모습만 보고 싶을 뿐이다"며 덧붙였다.
세 시간 동안 계속된 어머니의 설득 과정에서 두 모녀는 참을 수 없는 눈물을 쏟아 부었으며 상담에 참여했던 애서원 임애덕 원장 역시 두 눈이 눈물로 범벅이 돼 버렸다.
지난 7월 8일 공식적인 개원식을 가진 뒤 석 달째를 맞고 있는 애서원은 현재 미혼모 12명과 이들이 탄생시킨 새 생명 다섯 아이가 생활하고 있으며 그 동안 3명은 퇴소했다.
현재 12명 중 20대가 6명으로 가장 많으며 10대와 30대는 각각 3명이다.
임 원장은 "정부의 입양권장 정책 비용을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비용으로 돌리는 등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며 "특히 남성들이 책임을 통감해 양육비.교육비 등 생활비 일체를 제공할 수 있는 책임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미혼모는 주위 사람들에게 따가운 눈총과 비난을 받아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한다"며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함께 나아가야 미혼모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애서원은 미혼모에게 병원과 보건소 지정 검진과 특수치료비 등 각종 의료혜택을 지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