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최초의 생태환경 가정을 생각하며…
인간에게 어머니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새 생명이 잉태하고 인간으로서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갖추도록 한 생명의 산실이요, 한 인간으로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초의 에너지 공급원이다.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학습을 시작한 최초의 선생님이다. 시인 김초혜는 1988년에 발표한 시 <어머니>에서 아래와 같이 노래했다.
‘한 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 일 줄 어이 알았으리 /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 처음대로 한 몸으로 되 돌아가서 서로 바뀌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어머니와 자녀와의 관계를 참으로 잘 표현한 시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어머니가 한 인간에게 있어서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존재라면 사회학적으로 한 인간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최초의 생태환경은 가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생명을 출발하게 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상호작용 속에서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가정의 소중함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2007년 영국의 데일리메일 12월 20일자 인터넷 판은 러시아 경찰이 모스크바 병원에서 탈출한 ‘늑대 소년’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연에서 생활하다 구조된 이 소년은 사람들을 물고 할퀴는 등 늑대의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늑대소년’으로 불린다.
러시아 경찰은 “소년은 전형적인 늑대의 습성과 행동양식을 보이고 있다”고 하였다.
이렇듯 어머니와 한 몸 되었다가 태어났다 하더라도 그 인간이 어느 장소에서 생활하느냐에 따라서 인간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가정은 인간을 참 인간되게 하는 장소이다.
이제 사회환경의 다양성에 따라 국제결혼과 다민족 또는 다인종간 결혼으로 가족을 구성하고 있다.
이유와 형태가 어떠하든 다양한 가정환경 속에서 인간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변화의 흐름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이 시대에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가정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요즘 가정의 특징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정생활에 익숙한 가운데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확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그 형태만 전환되어 자연스런 부부역할과 부모역할을 학습할 기회를 상실한 채 가정의 알맹이 없는 중심축으로 부부와 부모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급기야는 어머니의 본능적인 역할인 수유도 제대로 할 줄 몰라 수유도우미가 등장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가정의 행복과 복지를 위한 전문가를 양성하고 상담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느끼는 가운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가정 내적인 방법으로서 부부가 가정생활을 위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야 한다.
부부의 대화는 우리 신체의 각 부분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순환 이상으로 중요하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질병이 발생하는 것처럼 부부는 성격, 생활습관, 성생활, 직업, 경제, 취미, 가사, 자녀양육, 부모부양, 종교 등 부부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항들에 대하여 수시로 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언어적인 대화뿐만 아니라 문자, 이메일, 채팅, 메모, 편지, 신체적 접촉, 선물 등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한 대화를 통하여 함께 가정생활을 설계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부부의 대화가 단절된 순간 바로 갈등의 씨앗은 뿌려지고 급속하게 발아하여 성장하고 가정생활을 뿌리 채 흔들어 버리게 된다.
둘째, 가정 외적인 방법으로서 가정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지역사회에 구축해야 한다.
핵가족을 도울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전문가가 상주하며 부부와 부모를 위한 교육과 상담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시군구에 설치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로는 부족하다.
가장 신속한 대처 방법은 읍면동 사무소에 이를 위한 전담사회복지사를 배치하는 것이다.
현재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를 위한 서비스의 과중한 업무로 인해 소진되고 있다.
가정생활교육과 상담을 전담하는 전문가를 배치하여 부부와 부모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부부와 부모로서의 역할갈등과 문제를 상담함으로서 가정에서 중추적인 역할과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앞으로 우리 제주도가 타 지역에 앞서서 모범적으로 행복한 가정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실천하는 선두주자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임 원 선
제주산업정보대학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