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아"

2008-05-19     고안석

장자가 이런 말을 했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고.

사람마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할 수 있다.

필자는 이 말을 자신의 눈에 보기 흉하다고 임의적으로 보기좋게 고쳐서는 안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한다.

이 말은 상황에 따라 달리 사용할 수도 적용될 수도 있다.

특히 요즘 세상돌아가는 것을 보면 장자의 이 말이 새삼 새롭게 와닿는다.

자신의 눈에 보기 좋지 않다고 억지를 부리다 낭패보는 경우를 더러 보기 때문이다.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장자의 말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

자신과 이반한다고,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다고 배척하고 무시하고, 등한시하는 ‘세상이란 놈’에게 이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최근 체육계는 정부의 슬림화 정책으로 인해 시끄럽다.

내용인즉,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계 구조조정에 메스를 집어든 것이다.

문체광부의 체육계 구조조정의 주요내용은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하고,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협의회를 통합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장과 부수장인 장관과 차관의 입에서 나온 말로 분리와 통합을 통해 조직을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윤인촌 장관은 “대한체육화와 KOC는 통합돼 있는데 그 역할과 기능적인 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대한체육회와 KOC를 분리하겠다는 뜻을 강력 시사했다.

또한 신재민 차관도 “KOC를 대한체육회에서 분리해 스포츠외교에 집중하도록 하고, 체육회는 국민생활체육협의회와 통합해 체육저변를 넓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윤 장관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장관과 차관의 이런 발언들은 체육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예산 100%가 정부의 손에서 나오니 말이다.

체육계는 정부의 이런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이런 발언들이 최근의 국제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정부의 체육계 구조조정에 대해 반박했다.

사실 일본을 제외하고 모든 선진국들은 체육회와 올림픽위원회를 통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인 추세가 이런한데 한국은 이에 반한 정책을 펴고 있어 이해가 안됐다는 반응들이다.

분리와 통합을 주장하는 정부의 말이 옳은지, 아니면 현체제를 유지하는게 좋은지는 향후 결과를 지켜봐야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눈에 좋아 보인지 않다고 학의 다리를 함부로 자르려 한다면 그 만큼의 댓가를 치려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에서 KOC를 분리하고, 분리된 곳에 생활체육협의회를 끼어 넣겠다는 발상은 체육계를 정치적 힘으로 지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다.

또한 어느 단체가 주고 종인지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관련 체육단체들의 반발 또한 그리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협의회의 통합은 지난 정부에서도 추진한 바 있다.

결과는 실패였다. 대한체육회와 KOC분리도 추진됐었다.

하지만 체육계의 반발로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산이라는 재정적 논리로 이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의 체육계 구조조정을 기정 사실로 받아드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KOC는 IOC산하의 단체로 KOC를 분리해 국제 스포츠계에서 한국의 스포츠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은 어찌보면 정부의 기본 정책, 즉 작은 정부와는 대치되는 발상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KOC는 스포츠외교 담당 전문 기관이 된다.

 기존의 체제를 그대로 끌어갈 수는 없다. 얼마나 간의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시킬 요량이라면 기존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힘이 든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조직을 늘려야 한다.

KOC는  정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을  늘리는 데는 현정부의 슬림화 정책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예산 100% 정부 지원이 있기에 정부의 조직 슬림화 정책에 역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체육회와 생활체육협의회의 통합은 말로만 통합이지 실질적으로는 기존 단체가 갖고 있는 고유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영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상하의 구분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단체간의 다툼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최근 정부정책들을 보면 우왕좌왕 서두가 없다.

경제정책도 그렇고, 외교정책도 그렇고 어느 하나 국민들을 만족시키는 게 없다.

그런 이유로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50%대에 가까웠던 지지도가 이젠 20%대로 급락했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이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은 절차상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협상전 사전조율이 미흡했다는 말이다.

정부내의 사전 조율이 아닌 국민과 전문가들간의 사전조율을 의미한다.

이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수단이다.

이런 수단을 무시하고 미국행에 올랐으니 그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이런 실수때문에 지금 곤혹을 치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런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고   안   석
체육/편집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