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고 앞 아름드리 구실잣밤나무

10여그루 ‘제거’추진 논란

2004-09-17     정흥남 기자

제주시, 식수대 100m 제거 좌회전 ‘포켓차선’ 신설
“상징수 없어진다”반발 불보 듯...市“아직 확정안돼”



제주시가 올 연말 개통될 신제주~5.16도로(영지학교 인근)간 제2도시우회도로 공사를 벌이면서 제주여고 앞 도로 중앙에 심어진 최소 50년 이상의 수령을 간직한 구실잣밤나무 10여 그루를 ‘제거’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제주시는 2000년 이 일대 5.16도로(국도 11호선) 확장사업을 벌이면서 이 곳의 ‘상징수’인 구실잣밤나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선을 변경한 뒤 확장공사를 벌였다.
제주시는 올 연말 개통을 목표로 제주방어사령부 입구에서 제주여고 북쪽 영지학교 앞까지 4.31km를 연결하는 제2도시 우회도로 개설사업을 벌여 현재 79%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시는 이 제2도시 우회도로가 5.16도로와 교차하는 영지학교 인근에 교차로 공사를 벌이면서 5.16도로에서 신제주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차량들을 위한 좌회전 전용차선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즉 제주시는 구실잣밤나무가 심어진 도로 중앙부분 식수대 120m정도를 없앤 뒤 이곳에 좌회전 차량들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 이른바 ‘포켓차선’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처럼 제주시가 도로 중앙 식수대를 없앨 경우 당연히 이곳에 심어진 구실잣밤나무 12~14그루 정도가 ‘피해’를 보게 된다.
제주시는 이들 구실잣밤나무를 ‘이식’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상당수 시민들은 이곳 상징수가 없어진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이곳에는 1960년대 5.16도로 개설 때 심어진 32그루의 구실잣밤나무가 자라고 있다.
특히 제주시가 이곳 교차로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이 일대 교통량을 조사한 결과 5.16도로에서 신제주 방면으로 좌회전 하는 차량은 1시간에 78대에 그쳐 과연 구실잣밤나무를 ‘제거’하면서까지 좌회전 전용 차선을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곳 교차로 건설사업과 관련, 도로교통 안전협회 등은 이곳에 120m이상의 좌회전 전용차선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주시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계획으로는 좌회전 전용차선 설치와 이로 인한 중앙식수대 제거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민들의 여론을 추가로 수렴한 뒤 중앙식수대 제거 문제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