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회의 異常徵候들

2004-09-16     강정만 편집국장

제주도가 ‘특별도’라서 그런지, 아직도 ‘변방’의 어줍짢은 티를 벗어 던지지 못한 탓인지 분별할 수는 없지만 제주사회가 무엇인가 잘못 굴러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결과는 뻔 할 것 같은데,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첨단과학 시대에 살면서도 병자 앞에 놓고 당황한 나머지 무당 데려다 굿판을 벌이는 기분 지울 수 없다.

앞에서 특별도라고 썼지만, ‘특별자치도’라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별자치도는 어떤 것인지, 이것이 국제자유도시와는 무슨 관계인지, 행정계층구조 개편은 또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인지 도민 대부분이 어안이 벙벙해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 추진하는 ‘시범자치도;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도 분별해 낼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시중에서는 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당시 권력자의 권력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특별한 계획’이었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을 보면, 헷갈릴 대로 헷갈린다.

물론 제주도를 단일 계층화해서 행정력의 효율성을 높이고 특별한 자치제를 만들어서 예산도 많이 지원받고 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도민은 없다. 그러나 벌써 2년째 추진되고 있는 이것이 속은 텅텅 비어 있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추진되고 있는 꼴이 볼썽사납다. 필시 그 품새로 봐 결과는 찻잔 속의 태풍정도에 지나지 않을 정도 인 즉, 꼬인 새끼줄을 푸는 게 낫지 이를 이해하려는 것이 어렵고 속 터지는 일이다.

구조개편에 숨겨진 ‘권력연장’

특별자치도, 행정계층구조 개편이라는 그 계획에 ‘권력연장’이라는 본래의 뜻이 숨어 있었다면 이것은 ‘병법’에서나 대할 원모(遠謀)의 전략이라고 칭송(?)해도 절대 지나침이 없다. 이는 ‘36계 병법’에 나오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의 전법을 뛰어 넘는 것이기에 보통의 도민들이 눈치 못 챌 것은 뻔하다.

백성을 얕본 나랏일 들이 사회를 이간시키고 종국엔 백성의 원성을 사듯, 제주사회도 마침내 이것들로 인해 자치단체 간 갈등을 겪고 있고 자칫 도민사회의 분열 우려마저 일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의 제주도정도 이를 놓고 이리 굴려보고 저리 굴려보면서 어쨌거나 다시 새로운 힘을 보태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적어도 이 문제에 한해서는 아직도 까막눈에 무지렁이일 뿐인 도민들만 전임자에 이어 현 도정에도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 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의 ‘줄기’를 잡아 당겨보면 최근 제주사회에 풍미했던 선거법으로 낙마한 권력자의 ‘8-15 특사(特赦)’ 얘기까지 올라온다. 얼마나 놓고 싶지 않은 권력이었으면 특사 얘기까지 돌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면 측은한 생각이 앞선다. 장맛보다 뚝배기에 홀린 사람이 된장뚝배기를 찾듯, 권력의 치장(治粧)과 속성에만 취했던 사람만이 그 ‘진수’를 알고 있었기에 그것이 마약처럼 끊기가 어려웠을 것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지난 8월15일 날을 손꼽아 기다린 사람도 있었을 듯한데, 우리나라 정부는 그날, 감격하고 눈물 흘리고, 북향백배(北向百拜) 할 특사의 은전을 매정하게도 베풀지 않았으니 이제 누구를 원망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特赦’받는다 소문 흘리는 무리들

이제는 한 술 더 떠 ‘성탄절 특사’ 얘기로 다시 진전되는 것을 보면 아직 원망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전혀 기자의 생뚱 같은 생각일지 모른다. 시중에 돌고 있는 이야기를 간추리면, 성탄절에 특별사면이 되면 2006년 6월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한다는 것인데, 이 소문의 진부는 뒤로 하고, 이 소문의 진원지와 소문을 내는 사람들의 의도가 손바닥을 보듯이 훤 하다.

이상스런 것은 현재의 제주도정이 이런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을 터인데도 이를 마치 ‘유산’처럼 떠받치고 있는 점이다. 현재의 도정은 분명히 전임 도정의 ‘상속자’가 아닐 텐데, 전임자의 비정상적 정책을 마지못한 듯 이어가면서 비실비실 거리는 모습엔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8-15 특사’ 등 끊임없이 ‘특사’ 소문을 퍼뜨리는 ‘한 떼의 무리들’이 제주사회에 똬리를 틀어 ‘은밀한 훼방꾼’이 된 사실을 현 도정은 알고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