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주체육의 발전을 위한 苦言
대한체육회와 정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체육계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조직명에 체육이란 명칭을 10년만에 되찾게 되면서 크게 고무됐었다.
하지만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대한체육회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안숙 전 국민은행 부행장의 사무총장 내정은 일찍부터 일부 체육인으로부터 반대의 목소리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은 그대로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계속 추진해 오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선 비준 거부에 부딪히면서 급기야 사무총장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불러왔다.
또한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은 이와관련해 자리에 뜻이 없다며 사퇴 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놓고 체육계 안팎에서는 베이징 올림픽까지 이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김정길 회장의 자진사퇴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그 이면에서는 총선에서의 한나라당 압승이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즉, 구여권 출신인 김정길 회장이 대한체육회 내에서 입지가 약해져 사무총장 인선에 일부 체육인들이 딴지를 걸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이용해 구안숙 사무총장 인준을 거부, 코드가 다른 체육회 회장을 자진해 물러나게 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련의 행보를 살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장은 최근 관련단체장들에 대한 사퇴 압력을 가한 적이 있다. 이에 관련 단체장들은 속속 사퇴서를 제출하며, 코드가 맞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는 장관의 뜻을 충실히 따랐다.
대한체육회도 예외는 아니다. 몇가지 꼼수를 쓰기는 했지만 결국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며 사무총장 파문을 가라 앉힘과 동시에 체육회 수장 사퇴를 유도해 코드가 맞지 않으면 나가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충실히 수행했다.
대한체육회는 수장을 잃은 위기에 처해있다. 올림픽을 몇달 남기고 대한체육회호는 선장을 잃고 표류직전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한 이후 인사문제로 시끄럽다.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인선 거부 파문 뿐만 아니라 부처 장관들의 재산공개로 인해 부자내각이란 타이틀을 얻더니 급기야 해외 공관장 인선문제가 터져나왔다.
이도 모자라 이제는 일부 청와대 참모들의 재산형성과정상에 문제가 불거지면서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체육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제주도도 도체육회를 상대로 예산과 인력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이는 더이상의 잡음없이 원만하게 해결됐지만 시효기간이 1년이란 점에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문제는 도가 도체육회를 유관기관으로써 도움을 줘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전문적인 지도자와 선수양성은 물론 전문 체육행정가를 양성에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하고 있다.
행정직 순환체제 또한 문제가 있다. 도청 스포츠산업과도 이에 예외일 수는 없다. 그래서 체육행정의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포츠산업과는 분명 체육행정의 지지대다. 스포츠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도체육회와 함께 제주체육을 이끄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하지만 산업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체육을 경제적 잣대로 재려고 한다.
스포츠 산업과는 도청 별관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도청 내부에서도 스포츠산업과를 한직으로 생각, 그냥 스쳐지나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진정 제주체육을 생각한다면 스포츠 산업과를 이끌 수 있는 전문적인 체육지식을 갖고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과감히 민간 전문가를 끌어드리는 일을 심도있게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도지사가 도체육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회장이란 직함을 달기 위해선 일선 체육행정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밑을 잘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관광과 체육을 연계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진정한 체육행정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이다.
도는 체육행정의 중추로써 일선 체육계가 필요한 것을 부충해 주고 도체육회는 이를 바탕으로 일선체육계와 도를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과 함께 체육실무의 주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제주체육에 희망이 보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에 전문적인 체육전문가가 필요하고, 경제적 잣대가 아닌 미래 희망의 잣대로 체육을 평가해야 한다.
도내외 체육행사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거대 스포츠 시설을 건설하는 것보다 제주체육의 미래 꿈나무들이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공간조성이 시급하다.
체육은 결코 경제논리로 볼 수 없다. 체육은 체육일 뿐이다. 수백억을 투입했다고 수백억을 벌어드리는 경제적 수단이 아니다. 미래를 보고 선수들에게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1%의 도세를 넘어서 제주가 당당히 체육선진도시, 스포츠 메카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유능한 지도자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야 지금보다 한단계 높은 질좋은 국제체육대회를 유치할 수 있고, 이는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고 안 석
체육/편집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