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진보와 보수간에 대립이 날로 첨예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진보와 보수는 어떻게 구분하며, 그 역사적 맥락은 무엇인가. 진보와 보수는 결코 화합할 수 없는 개념인가. 화합이 가능하다면 그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진보는 개혁이나 변혁, 혁명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으며, 보수는 현상유지 과거회귀와 상통한다.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진보와 보수 논쟁은 국민을 적과 동지로 갈라놓아 충돌을 향한 대결국면을 맞고 있다. 심지어 행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의견까지 진보와 보수관계로 규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수 논객들은 진보라는 용어에서 사전에 새겨진 뜻만 챙기고, 그 속에 담겨진 역사적 의미를 간과하고 있고, 진보 논객들은 인터넷 신문 서프라이즈가 노무현의 근위대라고 고백하고 보수신문과의 논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소설가 황석영과 이문열도 진보와 보수의 대표 논객으로 지상 논쟁을 벌여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두 사람은 지난 번 선거 때도 주위의 시선 속에 공천심사위원 수락을 놓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내정된 이문열은 공천심사 참여 결정이 소신임을 강조하였다.
그는 자신이 보수 우익임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이 우리 나라 보수를 떠맡고 있으면서 잘못하고 있는 것이 한둘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한나라당이 우리 사회의 한 축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푸념하였다. 그는 공천작업이 중요한 고비라며, 이 일을 잘하면 보수가 바로 서고,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황석영은 정치에는 여와 야가 있지만 문학에는 없다고 말하고, 작가는 현실 정치와 분명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문열과 대비를 이루었다. 특히 그는 공천심사위에 참여키로 한 이문열을 만류하기 위해 전화까지 걸었다고 고백하였다. 그러니까 황석영은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며, 이문열은 보수야당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진보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도입하려는 세력이다. 이에 반해 기존의 틀을 지키려는 세력이 보수이다. 기득권을 보유하고 있는 세력을 수구세력, 또는 보수라고 하는 반면 새롭게 등장한 젊은 세대를 진보라고 말한다. 보수는 수구 꼴통이고 진보는 빨갱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건강하게 존재하게 만들고 서로를 견제하는 존재이다.
사실 보수라는 말은, 어떤 정치적 이념과 가치를 전통적인 수준에서 지킨다고 말할 수 있다. 보수가 지켜야 하는 것은 자유와 인권, 시장경제다. 그런데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현대사에서 보수가 언제 그런 것을 지킨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보수를 위장한 냉전적 기득권 세력만이 존재해 왔다. 보수주의자들은 친일과 매카시즘, 독재와 인권탄압, 시장왜곡과 경제질서 파괴 등 역사적 과오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 이것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 속에서나 공존하고 있는 두 개의 축이다. 사상이나 정치, 문화, 교육, 심지어 경제까지도 보수와 진보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잘 조화를 이루어 발전이 되기도 하고, 극단적인 대립으로 문화와 역사를 파괴하고 퇴보시키기도 한다.
김관후(북제주문화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