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사건으로 본 서민경기 '암울'

올 봄 소송 봇물…소액사건 45%나 급증
가계 악화 영향, 대여금 등 청구 잇따라

2008-04-16     김광호

올 봄 서민경기가 예년만 못하다.

서민 계층의 가계 사정은 경제지표 뿐아니라, 법원에 접수되는 대여금 등 금전 청구 소송 사건에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가계 사정이 나빠질 수록 은행 등 금융권 등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청구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올 들어 지난 달 20일까지 제주지법에 접수된 민사합의, 민사단독, 민사소액 사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고 45.4%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봄에 비해 올 봄 제주지역 상당 수 서민들이 힘들고 암울한 삶을 살고 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 1월 1일부터 3월 20일까지 1534건에 불과했던 민사소액 사건의 경우 올해 같은 기간에는 무려 45.4%가 늘어난 2231건이나 접수됐다.

민사소액 사건은 청구 소송가액이 2000만원 이하로, 주로 서민들이 이용한다.

대부분 은행 등지에서 빌린 대여금으로, 제때 이자를 갚지 않거나 원금 상환 기간을 넘기면 채권자 측으로부터 빚 독촉과 함께 청구 소송을 당하게 된다.

올해 같은 기간에 674건이 접수돼 지난해 동기 531건보다 26.9%나 증가한 민사단독 사건 역시 대상은 대부분 서민층이다.

청구 소송가액이 1억원 이하로 비교적 고액인 편이어서 중산층의 이용률이 높지만, 이들 계층이 빚을 갚지 못해 청구 소송을 당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한편 청구 소송가액이 1억원 이상인 민사합의 사건은 67건으로, 소액과 단독 사건에 비해 아주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58건보다 15.5% 늘어난 건수다.

중산층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법적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이들 민사사건 중에는 교통사고 및 산업재해 등에 따른 각종 손해배상 등 청구 사건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대여금이 차지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빚을 갚지 못하는 계층이 서민에서 고소득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같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지역경기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