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송 전 조정' 확대 바람직하다
무조건 재판 통한 민사문제 해결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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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달할 수록 법정 분쟁은 많아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제주지법에는 매일 수 많은 각종 민사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특히 IMF 직후 민사사건은 대여금 등 크고 작은 금전관련 청구 소송이 봇물을 이뤘었다.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3월1일부터 1년간 접수된 1심 민사 본안 사건은 무려 1만2069건이나 되고 있다.
오히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360건)나 늘었다.
법원은 형사사건을 심판하는 사법 기관이기도 하지만, 민사사건 심판이 법원의 효시다.
그만큼 민사 분쟁은 인류의 탄생과 더불어 끊임없이 분출돼 왔다.
원래 제주지법의 법관 정원은 23명이다.
하지만 현재의 인원은 4명이 부족한 19명 뿐이다.
이 인원이 폭주하는 형사사건(연간 4300여건)과 민사사건, 그리고 행정사건 등을 처리하고 있다.
소송 전 조정.화해는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소송 전에 이용할 수 있는 제도여서 우선 비용이 적게 든다.
또, 간편하고 신속한 절차에 의해 진행돼 정식 재판처럼 복잡하지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제도의 이용률은 미미하다.
홍보 부족과 함께 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법원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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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법이 이 제도의 활성화에 나섰다니 다행이다. 법원 3층 1개층을 아예 조정.화해 법정화할 만큼 적극적이다.
지난 1년간 민사합의 38건, 단독 154건, 소액 156건을 조정으로 처리한 지법은 올 들어서도 모두 64건(합의 16건.단독 29건.소액 19건)의 민사 분쟁 사건을 조정과 화해로 해결해 줬다.
물론 전체 민사사건 중 조정.화해의 점유율이 민사합의 24.7%를 제외하고, 단독 9.5%.소액 1%에 그친 데서 보듯이 아직은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다.
다만, 지난 1년간 전체 민사사건 중 조정 점유율 3.2%보다 현저히 높아졌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활성화는 희망적이다.
지법은 이 제도가 분쟁 당사자들에게 유리할 뿐아니라, 모든 민사사건을 재판으로 처리할 경우 법관의 업무 부담이 크다는 점까지 감안해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사실, 친족간의 재산 다툼 등은 정식 재판이 아니라도, 법관 또는 조정위원의 권고.조정에 의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고 합의해 해결하는 게 가족을 위해서나,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형제간에 재산을 놓고 싸운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불가피 하게 정식 재판으로 가더라도, 반드시 조정제도를 거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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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항소심 판결 전까지 소송에 계류 중인 민사사건을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의 뜻에 의해 조정의 절차를 밟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다.
만약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사건 당사자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으므로 누구에게나 유리한 제도다.
원칙적으로 합의를 전제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은 임대차 및 권리금 분쟁과 환경 오염 등 공해 관련 분쟁, 교통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임금.퇴직금 청구 소송이 비교적 많은 지역에 속한다.
거의 사실관계가 명확한 사건을 본안 재판으로 끌고 가는 것은 법원이나 당사자들에게도 이롭지 않다.
법원은 재판 부담으로 인해 다른 본안 사건 처리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사건 당사자들은 오랜 기간 재판과 소송비용 등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형태의 간편한 재판이다.
물론 다툼이 크고, 복잡한 사안인 경우 당연히 본안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서로 조금씩 뒤로 물러서고, 타협하면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이라면 반드시 소송 전 조정 절차를 받는게 더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