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산관리 허술하다

2004-09-14     김승석 논설위원

 건전한 도시경영을 위한 기초자치단체의 노력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부채비율은 낮추는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취득한 재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재정법에는 공유재산을 그 용도에 따라 행정재산?보존재산 및 잡종재산으로 구분하고, 행정재산 및 보존재산은 원칙적으로 이를 대부, 매각, 교환, 양여, 신탁 또는 대물변제하거나 출자의 목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

시장, 군수가 임의대로 공유재산을 취득하고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년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공유재산의 취득과 처분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

 예컨대, 기초자치단체가 도로를 개설하거나 공공청사의 부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특정 개인의 사유지를 협의 취득할 수도 있고, 강제로 수용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관광개발 등을 포함한 공익목적을 위하여 공유재산을 용도폐지한 후에 개발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그 취득과 매각절차는 매우 까다롭고 법령의 기준에 적합하여야 하기 때문에 시장, 군수가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또한 지방의회의 사전 승인과 사후감독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절차의 엄격성 때문에 때로는 시기를 놓쳐 시가보다 비싸게 공유재산을 취득하거나, 또는 시가보다 헐값으로 처분하여 전체적으로 공유재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도 간혹 일어나고 있다.

보다 큰 문제는 특혜성 공유재산의 처분과 관련하여 사후관리를 소홀이 한 경우이다. 남제주군 표선면 표선리 소재 제주민속촌의 부지는 원래 남제주군 소유였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에 민속촌 관광개발 사업부지에 필요하다고 하여 남제주군이 군유지 수 만평을 환매조건부로 그 개발사업자에게 민속촌 부지를 매각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최초의 개발사업자가 예정대로 준공을 못하고 제3자가 이 사업을 인수하여 수년이 지난 뒤에야 제주민속촌이 개관을 보게 되었지만 남제주군이 제때에 환매조건을 등기하였더라면 민속촌 부지를 불하받은 최초의 개발사업자가 이를 양도하지 못했을 것임은 물론, 제3자의 인수 시에도 남제주군이 주도권을 행사하여 지역경제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환매조건 등기를 놓치는 바람에 개발사업자가 부도나고 민속촌 입점 업체들이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지만 남제주군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런 잘못을 인지해서 그런지 몰라도 지난 2000년 초에는 남제주군이 군유지인 송악산분화구 일대 도시공원 용지(보존재산)를 개발사업자인 N사에게 환매조건부로 매각하면서 그 환매조건을 등기함으로써 결국 공유재산 관리를 매끄럽게 잘 한 경우도 있다.

송악산 관광개발이 국제적 사기범죄와 연루되면서 불가능하게 되자 남제주군은 환매권 행사를 통해 분화구 일대의 군유지를 환수할 수 있었지만, 애당초 남제주군은 도시공원 용지인 군유지를 매각해서는 안 된다. 대정읍 주민들의 개발욕구와 맞물리면서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보존재산인 군유지를 개인에게 매각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개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끝으로, 제주시가 1997년경부터 제주시 도남동, 오라동 일원에 가칭 ‘제주중앙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고 그 공원 부지에 저촉되는 사유지(현, 시민복지타운지구)를 개별적으로 협의 취득하였으나 사후관리 소홀로 인하여 그 당시 취득가격보다 몇 배를 더 주고 다시 매수해야 하는 재정손실의 위기에 처하는 일이 일어났다.

제주시가 구(舊)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사업을 위하여 사유지를 협의 취득하고 나서 그 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에 당해 사업에 이용하거나 다른 공익사업에 전환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자 토지매도인 M씨가 매매일로부터 6년 이내에 환매권을 행사하여 법원에 재판을 청구, 승소판결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육지부에서 여러 건 발생하여 다수의 대법원 판례까지 형성되었는데, 도내에서는 이 사건이 처음인 것 같다. 다만 유사 사례가 뒤따라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공유재산관리를 허술하게 한 관련 공무원 등에게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고 본다. 

논설위원 김  승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