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칼럼]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新 空港 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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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후보가 제주에 왔었다. 이유는 표를 얻기 위해서였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여러 가지 대선공약(大選公約)을 제시했다. 그 중에는 제주 제2공항, 즉 신공항 건설도 포함돼 있었다. “오는 2017년까지 새로운 공항을 만들어 개항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때까지 이명박 후보의 ‘제주 신 공항 관’은 올바른 것이었다. 그가 스스로 말 했듯이 “제주에 오려면 항상 항공권이 문제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신 공항은 필요하다”.
어디 그 뿐인가. 제주가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로 성장하려면 제2신공항은 필수다.
이명박 후보가 이 공약으로 표를 더 얻었는지 덜 얻었는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 건설 공약으로 손해는 안 봤을 거라는 게 필자의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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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나자 확 돌변해버렸다. 후보 시절의 ‘올바른 제주 신공항 관’이 정권을 잡자마자 ‘잘못된 신 공항 관’으로 표변해버린 것이다.
2017년까지 신공항을 건설, 개항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불과 몇 달 전인데, 벌써 “시기상조(時機尙早)”론을 내세워 정 반대의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토해양부 업무청취 자리에서라고 한다. 그는 “제주에 가면 제2공항을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기존 제주 공항을 이용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하나 더 만드는 효과가 있다.
최대한 쓰고 모자라면 그 때가서 신공항 건설을 검토하라”고 지시해버렸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늦어진 제주신공항 건설을 도리어 시기상조론 한마디로 일축해버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신공항 관’이 이 지경이라면 그동안 부풀었던 도민들의 기대는 물 건너 간 듯하다. 다만 일말의 희망이 있다면 4.9총선에 출마한 제주 지역 각 정당-무소속 후보들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제2공항 조속 건설을 선거 공약 중의 하나로 내 놓아 당선이 되면 그것을 실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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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제주신공항 시기상조론은 처음 듣는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관련부처가 기회 있을 때마다 기존 제주공항을 확장하면 2020년까지 걱정 없다고 말해 왔다.
이러한 관계부처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적어도 6년 전 개항한 양양공항과 15년도 더 된 예천공항, 그리고 1999년 착공, 2003년 개항 목표로 만들어진 울진공항은 오늘날까지도 존재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급하지도 않고, 이용객도 적어 있으나마나한 공항들은 국민혈세를 쏟아 부으면서 3군데씩이나 만들어 놓고, 기실 필요하고도 시급한 제주신공항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니 이게 어디 앞뒤가 맞는 소리인가.
정치노름으로 건설되었는지 유아무개 공항이란 별명이 붙은 예천공항은 쓸모가 없어 이미 4년 전에 폐쇄해버렸고, 정치 실세 K씨가 공항 유치에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울진공항은 공항으로써의 가치가 없어 저가항공기 정비 장소로 쓰일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참으로 요절(腰折)할 일이다. 양양공항은 어떤가.
어떤 날은 이용객수가 공항 상주직원(常駐職員)수에도 못 미쳐 배보다 배꼽이 큰 공항이다.
이런 공항들도 만들면서 제주신공항이 시기상조라니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잘못된 제주신공항 관’을 바로 잡아주기 바라며, 제주지역 한나라 총선 후보들도 반드시 제2공항 건설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에게 건의라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