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空約 우려되는 '대통령 公約'

'제2제주국제공항 건설 공약' 유보지시에 도민 불신

2008-03-25     제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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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튼실하려면 국민의 믿음이 든든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나 정부 약속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국가경영의 튼튼한 버팀목이다.

그렇다면 취임 한 달을 보낸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얼마만큼 신뢰를 얻고 있는가.

최근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하는 이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50%대다.

이는 국민 절반 가량이 믿음을 보내지 않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역대 정부 대통령의 취임 초 지지도가 70~80%를 상회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물론 취임 초 지지도가 5년의 국정운영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취임 초 낮은 지지도가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왜 취임 한 달을 막 넘긴 새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잃고 있는지는 대통령이나 정권담당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책방향으로 갈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왜 취임 초부터 국민적 지지를 크게 얻어내지 못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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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원인을 따지고 분석 할 필요는 없다. 신뢰 상실의 가장 큰 원인은 약속위반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제주도와 제주도민에 대한 약속 이행여부만 봐도 금방 신뢰상실의 원인을 발견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 제주관련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제2제주국제공항 건설, 동북아 교육금융도시 육성, 역외금융센터 조성 등 도민들의 듣기에 그럴듯한 공약을 발표했었다. 이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를 완성하고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겠다고 했다.

특히 제2제주국제공항 건설과 관련해서는 2010년에 공항건설에 착수하여 2017년에 완공하겠다는 구체적 추진일정까지 제시했었다.

소속 한나라당 역시 지난해 12월 10일 대선 9일을 앞둬 같은 내용의 제주관련 10대 대선 공약에서 공항은 산남에 건설하고 공항 건설이 10년 이상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 시급히 타당성 조사와 분석, 입지선정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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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같은 대통령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돼버릴 공산이 커졌다.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을 취임 한 달 만에 뒤집어 버렸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토해양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나온 발언만 들어서는 그렇다.

이날 대통령은 제2제주국제공항 건설과 관련, “현재의 제주공항 활용도를 높여 최대한 쓰고 모자라면 그때 가서 검토하라”고 사실상 공항건설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공항은 이미 이용객 2000만명 시대에 대비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2025년에는 이 역시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 그룹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공항건설의 장기성을 감안, 지금부터 입지선정 타당성 조사 등을 시작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제2공항 건설을 유보시킬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새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금가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제2제주국제공항 건설은 유보가 아니라 멀리 내다보는 정책대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