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시작부터 '몸살'
전국서 4번 열려…검찰, 판결 불복 모두 항소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도입된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사건 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은 25일 현재 전국 지방법원 중 4개 법원에서 모두 4번 진행됐다.
그러나 유.무죄를 가려 내는 국민참여재판 본래의 취지는 퇴색되고, 대부분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는 사건 위주로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배심원들이 내린 평결이 바로 재판부의 판결로 이어지고 있어 과연 적정한 양형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검찰은 선고 내용에 불복, 모두 항소하고 있는 추세다.
지금까지 국민참여재판은 대구지법, 청주지법, 수원지법, 인천지법에서 열렸다. 재판 대상은 강도상해(대구), 살인(청주), 살인.사체 은닉(수원), 상해치사(인천) 혐의 피고인들이다.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의 선고는 강도상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살인.사체 은닉 징역 7년, 살인(청주) 징역 6년, 상해치사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모두 배심원의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여 판결했다.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한 인천의 상해치사 사건을 제외한 다른 사건은 피고인들이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들이다. 원래 혐의를 시인하는 사건은 양형을 판단하는 사건이어서 배심원에게 양형의 의견을 내도록 하는 게 무리다. 양형은 전문 법 지식이 전제돼야 하므로 법관에게 맡기는 게 순리다.
검찰이 판결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이 많은 우리 국민의 정서상 배심원의 평결 역시 온정주의로 흐르기 쉽고, 재판부 또한 초기 국민참여재판인 점을 고려해 ‘권고적 효력’ 뿐인 배심원의 평결을 가감 없이 수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검찰은 배심원의 온정주의적인 양형을 그대로 선고하는 재판부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미국처럼 항소 없이 한 번의 재판으로 유.무죄와 양형을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따라서 검찰의 항소 선택권은 항상 열려 있다.
결국, 국민참여재판이 성공하려면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만 재판 대상으로 삼거나,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의 경우에도 배심원의 평결이 무조건 판결(양형)로 이어져선 안 된다.
물론 법원은 ‘권고적 효력’의 원칙을 고수하면 국민참여재판 본래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 초기이므로 배심원의 양형 판단이 형법상 어긋날 경우 과감한 시정도 필요하다.
한 시민은 “그래야 국민참여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돼 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음 달 14일 열릴 제주지법의 살인 혐의 사건 피고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배심원의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 내용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