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西歸지하수까지 내다 팔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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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서귀포시 중산간 일대의 지하수를 이용해 ‘천연광천수’와 ‘기능성 음료’를 개발할 모양이다.
제주도의 이러한 발상은 기존의 지하수 수질조사 자료들과 36곳의 지하수 관정을 정밀 조사-분석한 결과 서귀포시 중문동 거린사슴 일대의 지하수에 ‘고(高)미네랄’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진데서 비롯된 듯하다.
이들 정밀 조사-분석에 의해 서귀포시 중문동 중산간 지역 일대에 미국 FDA의 기준에 적합한 고(高)미네랄 지하수가 부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은 사업비 15억 원을 들여 오는 4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서귀포시 중문동 400~600고지에 위치한 거린사슴 일대에서 고미네랄 지하수 개발의 타당성을 조사한다는 것이다.
지구물리탐사와 시추 방법 등이 동원될 이 조사에서는 고미네랄 지하수의 부존 범위는 물론, 생성메커니즘은 어떠한지, 적정취수량은 얼마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밝혀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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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이제는 서귀포시 중문동 중산간 지대의 지하수까지 내다 팔겠다는 속셈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인 제주 청정지하수 물장사에 눈독을 들이는 당국의 그 심정 모를 바는 아니지만 현재보다 더 이상 물장사를 하기 위해 지하수를 퍼내는 일은 삼가야 한다.
그것도 한라산 남북(南北)을 가리지 않고 장소를 넓혀가며 좋은 지하수만을 골라 다량으로 물을 퍼내 팔아넘긴다면 건강수를 사 먹는 소비자들이야 좋겠지만 제주 지하수의 내일이 걱정 돼서 하는 말이다.
물론, 이번 조사 항목에 ‘적정 취수량’이 포함돼 있으므로 위험 수위까지 채수(採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논리가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인체에 좋은 광물질과 고미네랄이 함유된 지하수를 활용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보다는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소비 성향에 부응, 산업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지하수에 관한 한 외톨이 섬인 제주는 ‘적정 채수량’을 너무 믿거나, 건강수임을 내세워 지나치게 장사 속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서귀포시 중문동 거린사슴의 미네랄 지하수가 설사 불로수(不老水)요, 불사수(不死水)라 하더라도 섣불리 퍼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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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정부와 관련학계가 제주도의 지하수를 종합적으로 조사-분석한 적이 있었다.
결론은 한마디로 “제주지하수는 함부로 개발 이용해서는 안 되며, 보존 관리에 특단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제주지하수의 수량은 한계가 있는 반면, 사용량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2050년대에 이르러서는 위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 했었다.
이게 30년도 훨씬 더 이전에 내려졌던 제주지하수에 대한 경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지하수의 환경은 그 후 기하급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특히 기후 온난화로 바다 수면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제주지하수를 위기로 몰고 가는 또 하나의 새로운 악재(惡材)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그에 비례해서 지하수에 대한 해수 침투 지역이 더욱 광범위해 지고 지하 수량과 수질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제주도 당국이 시행하려는 지하수 조사 자체는 좋다.
그러나 물 장사를 하기 위해 산남의 지하수까지 파헤치는 것은 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