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더불어 잘사는’…이를 넘을 명분은 없다
‘대의명분(大義名分)’
사회 또는 국가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가장 기본적인 판단기준이 되는 이 단어의 사전학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할 도리나 본분’ 또는 ‘어떤 일을 꾀하는데 내세우는 합당한 구실이나 이유’를 뜻한다.
이 때문에 대의명분은 사회 구성원 전체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인‘공동의 선(善)’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제주도가 서귀포에서 문화관광스포츠국을 철수한데 따른‘후유증’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산남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쫓아 이뤄진 문화관광스포츠국 산남이전이 2년도 채 안 돼 깃발을 내린 것이다.
산남균형발전 명분
제주도는 2006년 6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맞춰 도 본청 소속이었던 문화관광스포츠국을 비롯해 농업기술원을 서귀포로 이전했다.
또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새로 생기는 제주도감사위원회도 사무실을 서귀포에 두도록 했다.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들 부서를 옮긴 데는 특별자치도 출범의 시발점이 됐던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 과정에서 나타난 산남주민들의 정서가 많이 반영됐다.
자치권이 있는 시.군을 폐지하고 행정시를 두도록 하는 행정체제 개편 주민투표에서 당시 제주시.북제주군과 달리 서귀포시.남제주군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더 많이 표출했다.
이 같은 반대의 물결이 지역사회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산남 균형발전론은 주민화합을 위해 거역할 수 없는 대의명분이 됐다.
당시 참여정부가 최고의 국정목표로 추진해 온 지역균형발전 정책 역시 도 본청 일부 부서의 산남이전을 더욱 의미있게 만들었다.
‘신경제'가 뭐길래
제주도는 이달초 공무원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서귀포로 사무실을 옮겼던 문화관광스포츠국 4개 부서를 전격 철수했다.
제주도는 이에 앞서 2006년 6월 29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2006년 7월 1일)을 목전에 두고 서귀포로 사무실을 옮겼던 문화관광스포츠국의 주무부서인 문화예술과를 이틀만에 도 본청으로 철수시켰다.
당시 문화예술과 철수는 석연치 않은 제주도의 해명과 함께 지금까지도 그 배경에 구구한 억측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문화관광스포츠국 복귀와 관련,‘신경제 혁명’에 따른 경제.관광부서를 도본청 정면에 배치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제주도는 이 과정에서 문화관광스포츠국 철수 후유증이 계속되자 문화관광스포츠국 산남이전이 ‘기대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또 핀란드 헬싱키 대학이 오는 9월 서귀포시 제2청사에 EMBA 과정 분교를 개설할 경우 예상되는 사무실 공간부족도 하나의 이유가 됐다고 변명했다.
▲서울서도 내려 오는데
제주도의 문화관광스포츠국 철수는 산남 주민들에게 깊은 허탈감을 안겨줬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이 일제히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 문제는 더 나아가 제주도의 독단적 결정에도 쥐죽은 듯 침묵하고 있는 자치권 없는 ‘행정시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지역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행정시의 자치권 부활을 약속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우려했던 제주도의‘절대권력’논란이 현실화 되면서 행정시의 자치권 부활을 통해 무소불위 권력으로 치닫고 있는 제주도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소재 정부부처를 지방으로 옮기는 ‘행복도시’건설사업과 함께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혁신도시’사업을 추진했다.
이의 일환으로 수도권 9개 공공기관 임직원 1000여명은 그들의 가족과 함께 2012년까지 서귀포시 서호동에 조성되고 있는 제주혁신도시로 생활근거를 옮기게 된다.
그들은 지금의 제주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까.
힘있는 권력이 행사하는 정책변경은 약간의 명분만 더해지면 '잘못된 전봇대' 뽑 듯 쉬울수 있지만 이를 당하는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저마다의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정 흥 남
편집부국장/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