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적 파급효과' 다 어디 갔나
학비 융자 연체, 제주가 전국평균 2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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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수년간 발표해 온 이른바 각종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누적 액수는 아마도 조(兆) 단위에 이를 것이다.
그래서인지 제주도를 비롯한 관계 당국에서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월드컵경기장, 세계 섬 문화축제 등 수 십 가지의 사업에 제주도민의 혈세를 억수로 쏟아 부으면서도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다.
왜 미안 해 하지 않은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한 일들을 벌임으로써 제주도는 각 사업별로 적게는 수억 원에서 수10억 원, 많게는 수 100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해당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고 있으니 잘 된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는 물론, 국제컨벤션 센터나 월드컵 경기장 측에서도 적자보전, 혹은 운영자금으로 도민세금을 해마다 수 10억 원씩 주고받는 일을 당연시 하는 것 같다.
그뿐이 아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체육-문화 축제를 벌이고도 용역 결과 몇 천만 원 혹은 몇 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오면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행사를 잘 했다고 치부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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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제주도는 최근 수 년 간 발표해 온 것처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월드컵경기장, 세계 섬 문화 축제,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체육-문화 사업들로 인해 누적 액수로 조 단위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었던 게 사실인가.
그렇다면 과거 컨벤션센터도, 월드컵도, 그 외 다른 스포츠-문화 행사도 치르지 못함으로써 조 단위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지 못했던 시절보다 도리어 오늘의 제주 경제가 더 나빠진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둔해진다.
지금 제주 경제가 매우 어려운 징후는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어렵다고 하소연이고, 실물경기도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취업이 제대로 안 돼 장사를 해 보지만 그나마도 여의치 않은 듯하다.
너도 나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바람에 제 살 깎기 경쟁이 심해 도산도 많다는 소식이다.
특히 천정부지(天井不知)로 뛰는 물가는 서민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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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주경제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 중의 하나가 융자를 받아 땜질한 대학 학자금의 연체 사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제주도내 대학생 중 4662명이 학자금으로 119억 원을 대출 받은 모양이다.
1인 평균 255만원 꼴이다.
이중 연체 비율이 6.13%라니 전국 평균 3.25%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고액도 아닌, 부유층에 비하면 정말 몇 푼 안 되는 대학 재학 시 등록금을 못 갚아 쩔쩔 매는 비율이 전국 평균 2배라면 각종 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몇 조원이 아니라 몇 조 달러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과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도에는 컨벤션센터도, 월드컵 경기장도, 섬 문화 축제도,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나 문화 행사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도민 소득은 전국 1등 아니면 2등이었다.
그렇다면 각종 대형 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조 단위 시대답게 제주도는 그 때보다 몇 배 더 살기 좋은 고장이 돼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제주도는 중소기업하기도 어렵고, 취직하기도 쉽지 않고, 장사도 안 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자영업을 해보지만 부도 터지기 일쑤다.
심지어 융자 받은 학자금조차 상환 못할 판이다. 조 단위라는 빛 좋은 ‘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디에 숨었는가.
혹시 그것마저 대 재벌이나 특정 업체에 독식 당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것이 아니라면 도민의 눈가림에 불과한 하나의 허상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