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치솟는 제주物價…서민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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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통령을 자임(自任)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열흘이 지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경제대통령답게 지난 3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부터 “물가를 잡으라”고 지시했다.
최근 원유와 세계 곡물 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고 있는 데다, 덩달아 국내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명박 ‘경제대통령’의 첫 국무회의 일성은 바로 그 ‘물가고’의 심각성을 예고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물가 잡기’는 당연히 이명박 경제대통령의 주요 시책이 될 수밖에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이명박 경제대통령의 시책에 발 맞춰 이른바 ‘신 경제혁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는 ‘신 경제혁명’ 핵심 과제 6개 분야 20대 과제와, 일반과제 4개 분야 19개 과제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450억 원 규모의 올해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도 앞당겨 편성, 의회 승인을 받기로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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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내 물가가 결코 심상치 않다.
제주통계사무소의 ‘2월 소비자 물가 동향’으로 봐서 앞으로 제주도 물가의 고물가화(高物價化)를 예측 하기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해 10월 소비자물가가 2.9% 상승한 이래 4개월 연속 3%대 이상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생활물가지수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올해 2월의 경우 1년 전인 지난해 2월에 비해 5.5%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그 보다 한결 더 무겁다.
소비 품목별 물가 상승폭이 너무 큰 데서 오는 체감이다.
공공요금만 해도 1년 전에 비해 이미 도시 가스가 33.7%, 행정수수료가 19.5%, 시내버스비가 18% 올랐다.
공산품은 인상 폭이 더 크다.
부침가루-밀가루-두부-금반지-취사용 LPG 등은 최저 35.4%에서부터 최고 94.7%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올라버렸다.
이게 오늘날에 나타난 물가 오름세 현상이다.
물론, 아직은 ‘이명박 경제대통령 효과’가 나타날 시점이 아니다. 또한 제주도의 ‘신 경제혁명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제주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민들 삶이 매우 힘겨워진다. 아니 벌써 힘겨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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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어느 시대든 물가 상승에는 이유가 있다.
그게 원유 탓이든, 국제 정세 탓이든, 탓 없는 물가고(物價高)는 없다. 그럼에도 정치나 행정하기 나름에 따라 고공행진을 저지할 수 있는 게 또한 물가다.
100원이 오른 라면-칼국수, 500원이 오른 자장면만 해도 그렇다.
밀가루 원가 인상 폭이 라면 한 봉지와 자장면-칼국수 한 그릇은 각각 48원, 74원, 87원이지만 실제 제품 가격 인상 폭은 각각 100원과 500원씩이다.
원재료 값 인상을 핑계로 상승분의 2.1배에서 11.5배까지 받고 있다. 이틈 새에서 등터지는 것은 서민들이다.
위정자들은 물가 오름세 시대에 업계 2위인 ‘홈플러스’의 PB 상품 값 인하 상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공공요금과 생필품들은 원유와 곡물 등의 원자재 값 인상을 핑계로 이미 두 자리 수 가격을 인상했지만 홈플러스 PB상품은 같은 여건에서도 무려 600여 가지 상품 값을 거꾸로 평균 12%에서 20%까지 내렸다지 않은가.
이명박 경제대통령과 제주도 당국자들도 물가 오름세를 원유 탓, 곡물 값 탓, 국제 환경 탓을 할 게 아니라 훌륭한 물가정책을 써 주기 바란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물가 정책에 따라 물가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