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민을 테러분자로 몰다니
해도 너무 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
아무리 시위 행위가 못 마땅하고 정부추진 정책에 대한 반대가 마음이 들지 않다고 해도 생존권을 내걸고 자기주장을 펴는 농민들을 ‘불순분자’나 ‘테러 용의자’로 설정한 경찰의 의도는 어떠한 변명과 해명을 해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제주국제공항에서 ‘2008년 대테러 종합 모의 훈련’을 실시했다.
그런데 경찰 등은 이 훈련에서 한미FTA 반대자들을 공항 대합실과 항공기에 사제 폭탄물 설치를 기도하는 불순 테러분자로 설정하여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농민들과 사회단체, 제주도민들을 예비 테러분자로 낙인찍은 것이다.
경찰을 포함한 훈련에 참여했던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 본부와 제주항공 관리사무소, 출입국 관리사무소, 세관, 국정원제주지부 등 국가기관이 하나로 뭉쳐 농민이나 도민들에게 사실상의 참을 수 없는 ‘인격테러’를 가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동원되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농민들을 과격한 테러분자로 설정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농민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이런 테러분자 설정이 경찰만이 아니고 모의 훈련에 참여했던 여타 국가기관이 함께 합의 한 것이라면 이는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제주의 농민과 도민의 정체성과 명예와 자존심에 관한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훈련에 참여했던 기관에서는 ‘테러분자 설정’ 과정의 처음과 끝을 낱낱이 밝히고 한미 FTA 국회비준 반대 농민과 단체, 그리고 제주도민에게 엎드려 사죄한 후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공항 경찰대장 한사람만을 희생양으로 삼아 슬쩍 넘어가서는 아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