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염치모르는 도의원 해외유람
도의회 군사특위, '거창한 목적위장' 낭비성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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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론의 여지가 없다.
제주도의원들은 제주도민의 심부름꾼이다.
도민들이 직접 도정에 참여할 수가 없기 때문에 도민을 대신해서 도민의 목소리를 대변해 달라고 위임받은 ‘도민의 머슴‘에 다름 아니다.
그러기에 그들의 활동영역은 그들을 뽑아준 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곳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도민의 목소리를 들어 도정에 반영하는 것이 그들의 책무다.
이와 함께 도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제대로 쓰고 있는지 등 도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도의원들의 또 다른 임무이기도 하다.
항상 도민의 편에 서서 도민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도의원들은 모두가 그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선거 때 머리 조아리며 표를 모았던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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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도민의 심부름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오히려 도민위에 군림하려는 오만이 엿보인다.
집행부에 대한 윽박지름은 다반사다. 그러면서 제 잇속 챙기기에만 눈을 밝히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예산 절약을 위해 행정 감시나 견제보다는 행정예산을 빼돌려 해외유람이나 다니면서 거드름 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의회 군사특위 위원 등 9명이 28일부터 3월6일까지의 해외 군항 방문을 빙자한 해외여행이 도민들의 격렬한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특위는 벌써 같은 목적의 3번째 해외시찰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주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갈등해소에 나섰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러면서 도의회의 관련 예산은 놔두고 집행부의 돈을 꺼내 해외시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해외여행보다는 그 예산을 들여 강정마을 주민들과 몇 날 밤을 지새우면서라도 지역간 주민간 갈등해소와 화해를 이루는데 앞장서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이들 도의회 군사특위 해외시찰 문제는 그대로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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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직자나 도의원들의 해외 시찰을 모두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세계를 향해 견문을 넓히고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려는 해외연수나 시찰은 그래서 권장할 일이지 비판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명분과 실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도의회 군사특위 해외시찰은 여기서 벗어난 단기성 해외여행이라는 데 논란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도의회가 밝혔듯이 해외 민ㆍ군 복합항 운영 실태 및 주변 지역의 환경ㆍ경제 문화 관광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선진국의 크루즈 항 운영 실태와 관광정책 등을 파악하기 위한 해외시찰이라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이 같은 거창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8일간 단기 일정으로는 어림도 없다.
관련 전문가가 최소 6개월에서 수년간 현지에서 연구해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문제다.
비전문가 그룹이 떼로 몰려다닌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을 포함한 3차례의 도의회 군사특위 해외 시찰은 그래서 주민소환 등을 통해서라도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